
10년 전 젊음의 성지에서 사라진 활력
코엑스는 10년 전만 해도 서울 강남의 대표적 명소로,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하루 30만 명 이상 몰리던 ‘젊음의 성지’였다. 영화관 메가박스와 쇼핑, 문화 공간을 한데 모아 많은 이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였다. 그러나 대대적인 리모델링 이후 방문객 수가 7만 명으로 폭락하며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되어버렸다.

1500억 투입, 신세계와 손잡은 리모델링의 민낯
무역협회가 코엑스를 더 고급스럽게 만들겠다며 신세계와 협력해 약 1500억~1600억 원을 쏟아부은 전면 리모델링은 전략적 판단 미스로 결국 ‘폭망’의 단초가 되었다. 리모델링의 핵심 목표는 10대, 20대 방문객 중심의 젊은 층 대신 명품 브랜드 위주의 고급 쇼핑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었으나, 명품 구매층은 신세계 본점이나 더현대 등 경쟁 강남 대형 백화점으로 이동했고 코엑스에는 오히려 기존 고객들이 떠났다.

길 잃기 쉬운 내부 구조, 쇼핑 편의성은 추락
리모델링 후 코엑스 내부가 방사형 구조로 설계되면서 방문객들이 길을 잃기 쉽다는 불편함이 극대화됐다. 쇼핑 동선이 직관적이지 못하고 복잡해 이용자가 쉽게 돌아다니기 힘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로 인해 체류 시간과 소비가 줄었고, 쇼핑몰의 상업적 목적 달성에 큰 장애물이 되었다.

강력해진 경쟁자들…코엑스 몰락을 가속화하다
리모델링이 진행되는 동안 강남 일대에는 신세계 본점, 더현대백화점, 무역센터 인근의 새로운 복합 쇼핑몰 등 경쟁력이 강한 라이벌들이 급격히 성장했다. 이전까지 압도적이었던 코엑스의 지위가 흔들릴 만큼 경쟁 압박이 심했다. 특히 강남권 명품 고객층은 코엑스가 아닌 보다 쾌적하고 편리한 경쟁 시설을 선호하며 멀어졌다.

무역협회와 신세계의 600억 보장, 그러나 100억 적자
더욱 충격적인 부분은 무역협회가 신세계에게 연간 600억 원의 최소 수입 보장을 약속했으나 실제 수익은 500억 원에 그쳐 매년 100억 원씩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무역협회 입장에서 큰 재정 부담으로 남아, 사업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을 남긴다.

과도한 임대료 인상과 임차인 이탈
리모델링 이후 코엑스몰의 임대료가 최대 3배까지 인상되면서 기존 임차인들의 부담이 커졌다. 이로 인해 일부 상점은 철수하거나 신규 입점이 줄어들면서 몰 내 매장 구성에 공백이 생겼다. 상인들과 무역협회 간에 임대료 조정 문제로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쇼핑몰 운영 안정성에 악영향을 끼쳤다.

젊은 세대 중심 공간 상실과 문화 콘텐츠 부족
10대, 20대를 비롯한 젊은 층이 코엑스를 찾는 주된 이유였던 문화와 여가 콘텐츠가 축소되면서 방문 이유가 사라졌다. 고급화 전략으로 인해 영화관, 독립 서점, 문화 행사 공간 등이 줄어들고 명품 매장 위주로 변모하면서 ‘젊음의 성지’로서 코엑스의 매력이 크게 약화됐다.

잃어버린 정체성과 경쟁력, 그리고 교훈
코엑스의 실패 원인은 고정된 기존 방문객 타겟(젊은 층)을 포기하고 명품 소비층을 무리하게 겨냥한 전략적 방향 전환, 비효율적인 공간 구조 설계, 그리고 강력한 경쟁자 출현이라는 복합적 요인에 있다. 거대 자본을 쏟아부은 리모델링이 소비자 편의와 수요를 외면한 채, 과도한 임대료와 관리비 상승으로 이어져 방문객 감소와 상권 침체를 부추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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