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엌 안, 주인은 분주히 식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칼질 소리, 냄비 뚜껑 여닫는 소리 사이로, 묘하게 규칙적인 ‘딸깍, 딸깍’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고개를 돌려보면—그렇죠. 고양이 한 마리가 바닥에 얌전히 앉아, 앞발을 이용해 자기 밥그릇의 한쪽을 톡톡 치고 있습니다. 마치 종을 울리듯,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그 소리.

고양이의 눈빛은 단호합니다.
“지금 나, 배고프다.”
그 눈에는 조급함도 없고 짜증도 없습니다. 그저 무심하게, 그러나 아주 명확하게 ‘의사 표현 중’입니다. 앞발은 바쁘지 않지만, 의도는 뚜렷하죠. 살짝 누르면 ‘땡’, 다시 ‘땡’, 몇 초 쉬었다 또 ‘땡’. 마치 부엌의 배경음으로 깔리는 듯, 계속되는 그 리듬은 집사의 양심을 점점 찌르기 시작합니다.

주인은 모른 척합니다. 하지만 말없이 울리는 그 소리의 압박감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뭔가 찔리는 기분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죠. 고양이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 고정된 채, 그저 소리로만 말하고 있을 뿐.

“줄 때 됐잖아. 알면서 왜 그래?”
레딧 유저의 한마디가 모든 걸 요약합니다.
“이건 소리로 때리는 심리전이다. 집사는 이미 졌다.”
이 장면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고양이가 우는 것도, 달려드는 것도 아닌 절제된 방식으로 자신의 요구를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그 안엔 은근한 자신감과 관계에 대한 신뢰가 담겨 있는 듯합니다. “넌 결국 줄 거잖아.” 하는 믿음 말이에요.

혹시 여러분도 이런 적 있지 않나요? 말은 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눈빛이나 행동 하나로 ‘이제 해야 할 때구나’ 하고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소리보다 더 큰 신호를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이 고양이처럼요.

오늘 하루, 여러분의 옆에서 ‘땡그랑’하고 울리고 있는 작은 신호는 없었나요? 무심코 지나쳤던 그 소리에, 잠시 귀 기울여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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