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가락을 구부렸다가 펼 때 ‘딱’ 또는 ‘탁’ 하는 소리가 나거나, 순간적으로 움직임이 걸리는 느낌이 든다면 ‘방아쇠 손가락’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 질환은 ‘방아쇠 수지(trigger finger)’라고 불리며, 손가락 힘줄이 통과하는 부위인 활차(활모양 인대)가 두꺼워지거나 염증으로 인해 힘줄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발생한다.
초기에는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펼 때 약간의 불편함과 소리만 느껴지지만, 증상이 진행되면 특정 손가락이 아예 펴지지 않거나 통증이 심해져 생활에 큰 불편을 준다. 단순한 관절 소리로 오해하기 쉽지만, 반복되는 마찰과 염증이 쌓이면 결국 수술적 치료까지 필요할 수 있다.

왜 당뇨병 환자에게 더 잘 생기는가?
방아쇠 손가락은 일반인에게도 발생할 수 있지만, 유독 당뇨병 환자에게서 더 자주 발견된다. 그 이유는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손과 손가락의 힘줄과 건초에 ‘글리케이션’이라 불리는 비정상적 당 단백질 침착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힘줄이 뻣뻣해지고 활차 부위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지지 못하게 되어, 염증과 마찰이 심해지며 방아쇠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당뇨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회복력이 떨어지고, 염증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증상이 심해지기 쉽다. 실제로 내분비내과 및 정형외과 자료에 따르면, 당뇨 환자 10명 중 1~2명꼴로 방아쇠 손가락이 동반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초기 증상은 통증보다 ‘이상한 걸림감’으로 시작된다
방아쇠 손가락은 초기에 손가락이 뻣뻣하거나 움직일 때 가벼운 걸림을 느끼는 것으로 시작된다. 처음에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가락이 잘 안 펴지는 느낌이 들며, 손을 쓰다 보면 점점 부드러워지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 이후엔 손가락을 펼 때마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현상이 반복된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손가락을 다른 손으로 펴야 할 정도로 경직되며, 통증과 함께 부위에 작은 혹(결절)이 만져지기도 한다. 특히 무지(엄지), 중지, 약지에서 자주 발생하며, 반복된 사용이나 장시간 손을 사용하는 직업군에서 발병률이 높다.

비수술적 치료도 가능하지만 조기 발견이 핵심이다
다행히 방아쇠 손가락은 조기 진단 시 비수술적 치료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가장 먼저 적용하는 치료는 손 사용을 줄이고, 해당 부위에 냉찜질과 소염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거나 스트레칭 운동을 병행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증상이 지속될 경우 스테로이드 주사로 염증을 억제하는 치료가 흔히 시행되며, 이는 70~80% 환자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만성화되거나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경우, 힘줄과 인대 일부를 절개하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치료의 성패는 초기에 얼마나 증상을 인지하고, 손 사용을 줄이며 적절한 처치를 받느냐에 달려 있다.

예방하려면 손 사용 습관부터 점검해야 한다
방아쇠 손가락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당뇨병 환자라면 손과 손가락의 사용 습관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 반복적인 가사 노동,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드는 일 등은 손의 힘줄에 부담을 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손가락을 스트레칭하거나, 따뜻한 물에 손을 담가 혈류를 개선해주는 습관도 예방법 중 하나다.
또한 당뇨병 환자의 경우 정기적으로 혈당을 관리하고, 손 부위에 이상 증상이 생기면 조기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 평소 무심코 넘겼던 손가락의 ‘딱’ 소리와 뻣뻣함은 건강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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