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물건이 빠르게 줄고 있다. 신규 입주 물량 부족 등으로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정부의 ‘6·27 대출 규제’로 새로 나와야 할 물량도 잠긴 영향으로 해석된다. 전세 수요는 계속 발생하지만 전세물건이 증가할 가능성이 낮아 지금 같은 모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 물건은 4만9396건으로 대출 규제 직전인 6월 27일과 비교해 9.8% 감소했다.
경기가 2만4772건에서 2만1830건으로 11.9% 줄었고 인천(5164건→4701건)과 서울(2만4855건→2만2865건)도 각각 9%, 8% 축소됐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서울, 경기, 인천 모두 30%가량 감소했다.
서울의 전세 물건이 2만3000건을 밑돈 것은 아실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22년 이후 처음이다. 경기도가 2만1000건대를 기록한 것도 마찬가지다. 인천은 지난해 4600건대를 나타낸 경우를 제외하면 역대 최저 수준이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신규 주택 공급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직방의 자료를 보면 2023년 17만 가구 이상이었던 수도권 입주 물량은 지난해 15만 가구 정도로 줄었고 올해는 11만3000가구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신규 입주 물량은 전세 공급으로 이어지는 데 그 길목이 좁아진 것이다. 여기에 집을 구매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전세에 머물게 되면서 물건은 더 줄어들게 된다.
정부의 6·27 대출 규제도 전세 매물 품귀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 원으로 제한하는 동시에 6개월 이내에 전입 의무를 부과해 ‘갭투자’를 차단했다. 전세를 활용해 집을 사는 갭투자는 전세 물건 공급의 주요 통로 중 하나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6·27 대출 규제로 전세 공급의 중요한 포인트였던 갭투자가 막혔고 매매 거래가 크게 줄면서 임대차 공급이 더 위축된 측면이 있다”며 “매매가 활발해야 임대차 시장 위축도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전세 기근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시장 여건이 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정부가 조만간 주택공급 정책을 내놓더라도 곧바로 입주 가능한 물량이 나오는 게 아니고 대출 규제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 물건 부족은 월세 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윤 위원은 “전·월세는 매매와 달리 계약 기간이 있어 수요가 즉각적인데 전세는 그나마 대출 규제로 묶어서 단기간에 급등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월세는 다르다”며 “지금도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고 수요가 계속 늘어나다 보면 월세가 가파르게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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