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아스기(삼첩기) 화석에서 화려한 볏을 가진 소형 파충류가 특정됐다. 트라이아스기는 지구상에 공룡과 익룡, 거북, 악어 등 여러 유형의 파충류가 출현한 시기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자연사박물관 슈테판 슈피크만 박사 연구팀은 4일 공식 채널을 통해 1939년 5월 프랑스 북동부 사암 채석장에서 발굴된 화석에서 볏이 난 소형 파충류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화석이 나온 지층은 약 2억4700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의 것으로 추측된다. 해당 화석은 수십 년에 걸쳐 개인이 소장하다가 2019년 슈투트가르트자연사박물관에 기증되면서 상세한 연구가 이뤄졌다.

연구팀은 방대한 양의 화석 중 중요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것을 선별하고 분석에 들어갔다. 표면을 화석에 영향이 없는 특수 약품으로 씻어내고 일일이 들여다보던 연구팀은 어른 손바닥에 들어갈 정도로 작고 볏을 가진 파충류를 특정했다.
슈피크만 박사는 “현대의 수생 도마뱀과 매우 비슷한 고대종으로 생각되는 화석 속 생물은 등에 부채 같은 볏을 가졌다”며 “그 형상은 조류의 날개를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부드러운 피부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지의 파충류는 화석을 발굴하고 소장했던 그라우포겔 가문을 따 미라사우라 그라우포겔리(Mirasaura grauvogeli)로 명명했다”며 “박물관에 기증된 트라이아스기 화석 중에는 골격이 거의 온전한 샘플도 2개나 있어 향후 연구가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당초 연구팀은 볏 모양의 구조물이 미라사우라의 몸 일부가 아닌 함께 화석이 된 나뭇잎이라고 여겼다. 다만 연구가 진행되면서 볏이 미라사우라의 등뼈 부분에 난 신체 구조물임을 알게 됐다.
슈피크만 박사는 “볏은 최대 16장의 길쭉한 구조물이 부채 모양으로 서로 겹쳐지는 구조로 등뼈에 대해 수직으로 뻗어 있다”며 “현미경 관찰에서는 멜라노솜이라고 불리는 색소의 흔적도 확인돼 상당히 화려한 색채를 띠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사는 “화석으로 추정컨대 볏 중 큰 것은 약 15㎝에 달했을 것”이라며 “이는 미라사우라의 머리부터 허리까지 길이와 거의 같다. 여러모로 볏은 상당히 눈에 띄었음이 틀림없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볏의 구조가 조류의 깃털 진화에 숨은 비밀을 풀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깃털은 지금까지 공룡에서 조류로 이어지는 계통 안에서 형태가 바뀌고 진화한 것으로 생각됐다.
다만 미라사우라는 공룡과 먼 드레파노사우루스의 동료인 수생 파충류로 판명됐다. 즉, 만약 미라사우라가 깃털과 같은 구조를 가졌다면 공룡에서 새로 이어지는 사이에 다른 계통으로 단독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현생종 도마뱀이나 악어와 같은 파충류는 몸이 비늘로 덮여있다. 이와는 전혀 다른 미라사우라는 어쩌면 파충류나 조류의 진화사를 새로 쓰는 귀중한 발견이 될지 모른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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