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B-70 발키리: 역사상 가장 독특한 전략폭격기
XB-70 ‘발키리’는 1960년대 미국 노스 아메리칸 항공사가 개발한 초대형 전략 폭격기로, 마하 3 이상의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폭격기 중 가장 크고 무거운 기체로 평가받는다. 총 길이 56.39m, 날개 폭 32m, 최대이륙중량 약 243톤에 달하며 당대 최고 속도를 지녔다. 이 비행기는 과감한 설계와 첨단 기술을 집약해 냉전 초반 미 공군의 핵 전략을 뒷받침했다.

혁신적 프로펠러 배치: ‘거꾸로’ 달린 프로펠러의 비밀
XB-70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6개의 엔진 중 4개가 일반적인 전진 프로펠러를, 2개는 후방을 향해 반대로 회전하는 ‘리버스 드라이브’ 방식의 프로펠러를 장착한 독특한 추진 시스템이다. 이러한 설계는 프로펠러 간 공기흐름 간섭을 최소화하여 보다 효율적인 추진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당시 이 같은 혁신은 초음속 대형 항공기 개발에 큰 진전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성능의 정점: 마하 3.1, 고도 21,000미터, 항속거리 6,900킬로미터
마하 3.1 (약 3,300km/h) 속도를 기록한 XB-70는 고도 70,000피트(21km) 이상의 초고도 비행이 가능했고, 항속거리는 약 6,900km로 대륙간 핵폭격기의 조건을 만족시켰다. 최대 9톤 이상의 폭탄과 다수의 기관총을 탑재해 전략폭격 임무에 적합한 성능을 보여줬다.

개발 과정과 운용의 도전
커티스 르메이 미 공군 참모총장의 강력한 지지하에 개발된 XB-70는 압축 양력을 이용한 델타익 설계와 J-93 엔진 여섯 대를 장착해 공기저항을 줄이고 초음속 비행을 구현했다. 그러나 엔진 관리와 유지비용, 그리고 극도로 어려운 조종 난이도로 인해 운용에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됐다.

시제기 시험과 불운한 사고
1964년 첫 비행한 XB-70은 여러 시험 비행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지만, 1966년 6월 8일 F-104와의 편대 비행 중 충돌 사고로 시제 2호기가 추락, 조종사 2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를 겪었다. 이 후 남은 1호기도 시험 비행을 수행했으나, 1969년 공식적으로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미 공군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역사에 남은 미완의 걸작과 항공기 기술 발전의 기반
XB-70은 비록 실전 배치는 제한적이었지만 당시 공학과 항공기술의 정점을 보여준 ‘실패한 걸작’으로 기록된다. 티타늄, 스테인리스강 등 첨단 소재의 활용, 초음속 비행 안정화를 위한 여러 기상 모니터링 능력 개선 등은 이후 초음속기 개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초대형 초음속 항공기의 도전적 개발은 오늘날 초음속 여객기 및 군용기 설계에도 여전히 교본으로 활용되고 있다.

항공기 역사에 남긴 혁신과 교훈
XB-70은 비행기술과 설계에서 여러 혁신을 이룸으로써 고속전략공중전 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다. 무리한 설계 실험과 고난도의 운용 도전은 항공기 개발에서 위험과 가능성의 경계를 보여준다. 오늘날 첨단 항공기술 연구자와 역사가 모두 주목하는 대상이다.

마하 3 시대의 가장 강력한 폭격기, XB-70 발키리
XB-70 발키리는 위대한 첨단 기술과 과감한 설계로 1960년대 냉전 전략항공기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프로펠러가 뒤집혀 달린 6개의 엔진과 압축양력 기술은 비행기술의 난제를 수십 년 앞서 해결했고, 초대형 고속 폭격기의 한계를 박차고 나갔다.
비록 짧은 운용 기간과 운명적인 사고로 조기 퇴역했지만, 그 혁신과 도전 정신은 항공 역사에 길이 남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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