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K-무인항공모함 보러 부산까지…아침부터 문 두드린 이유
지난 5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현장은 여느 때보다 이른 시간부터 분주했다. 이유는 네덜란드 방위산업 사절단이 ‘이 무기’를 직접 보고, 실사와 협상 논의를 위해 일찌감치 한국 부스 앞에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풍차와 튤립, 유럽 해양 강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네덜란드가 한국 무기 도입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 그 배경에는 유럽을 휩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와 ‘K-방산’ 특유의 경쟁력이 자리잡고 있다.

유럽시장을 흔드는 방위 예산, 한국 기술에 몰린 ‘관심’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은 방위비를 대폭 증액하고 있다. 네덜란드 또한 올해 GDP 2% 방위비 목표를 달성하며 약 32조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 예산은 단 기간 내 무기 체계 도입, 군 현대화, 핵심 전력 증강에 쓰이게 되는데, 내부적으로는 미국·독일 등 전통적 공급처의 ‘고가·납기지연’이 걱정거리였다. 이 틈을 뚫고 등장한 해답이 바로 ‘국산 첨단 무인체계’다.
한국은 수년간 무인 무기, 자동화 전투 시스템, 대량생산 역량을 꾸준히 키워왔고, 이는 네덜란드와 같은 중견국 방위 전략과 불과 몇 달 만에 딱 맞아떨어졌다.

아침부터 ‘현대중공업 부스’를 찾은 사절단, 관심의 정체는 무인항공모함
MADEX 현장. 네덜란드 사절단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은 다름 아닌 HD현대중공업의 ‘무인항공모함’ 부스였다. 전통적으로 인구가 적은 네덜란드는 대규모 인력 위주의 군 구조에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적은 인원(혹은 무인화 시스템)으로도 고효율·강력한 해상방위를 구현할 수 있는 첨단 무인 전투함, 다목적 무인기술이 ‘미래 해군’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한국 기술진은 무인함정 노하우, 자율 항해·교전 시스템, 대규모 모듈형 생산 역량에서 미국·이스라엘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한국 무기가 가진 ‘합리적 가격·빠른 납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러-우 전쟁 이후 서유럽 방위산업 수요는 폭증했지만, 유럽 내부, 미국조차 장비 생산과 공급 일정 문제가 현실이기 때문이다.

유럽 방산 ‘무기쇼핑’ 길목, K-천무·보병전투차·첨단 어뢰로 확대
모든 관심이 무인항공모함에만 쏠린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 방산 당국과 산업계 인사들은 K-방산이 자랑하는 다연장로켓 ‘천무’, 4세대 보병전투차량, 첨단 레이더·센서·어뢰 등 다양한 체계에 깊은 호기심을 표했다. 천무는 이미 폴란드 등 유럽에서 실전 수출 사례와 성능을 인정받았고, 한국 방산의 신속한 생산 능력과 맞춤형 개량 시스템은 네덜란드의 국방 현대화와 “최적의 궁합”으로 평가됐다.
특히 MADEX 기간 중 이뤄진 한-네덜란드 방산 세미나는 단순한 외교행사가 아니라 비즈니스 미팅의 성격이 뚜렷했다. 네덜란드 국방부, 방산 협회, 기술연구기관까지 8개 기관이 공식적으로 뜻을 모아 “한국 무기 도입 및 공동 개발”에 대한 실질 협상에 돌입했다.

네덜란드-한국 방산협력, 단순 수출에서 ‘유럽 교두보’로
네덜란드는 유럽에서는 소국이지만, EU 및 NATO에서 전략적 영향력이 높은 ‘보이지 않는 강국’이다. 한 번 공식 무기 파트너로 선택되면, 그 신호는 다른 유럽국에도 금세 전파된다. 네덜란드의 이번 실사 방문과 도입논의는 단순한 원오프(One-off) 계약을 넘어, 공동개발·기술이전·부품산업 투자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해군 레이더, 센서, 자동화 SW 등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한국의 대량생산·가격·납기 역량과 네덜란드의 정밀기술이 결합한다면, EU 전체 방산시장에서 ‘K-방산 확산’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세계가 기대하는 K-무기, “한국형 무인항공모함”의 시대
한국의 무기·방산 기술이 전통 강국 미국·독일·프랑스 못지않게 글로벌 무대에서 실질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는 바로 신뢰, 기술, 생산 경쟁력, 그리고 빠른 의사결정이다. 네덜란드가 부산 벡스코 현장 입구에서부터 한국 무기를 보기 위해 줄 서 기다린 사연은,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 안보 질서에서 K-방산의 앵커 역할이 현실이 되었음을 웅변한다.
앞으로 K-무인의 체계적·전략적 확산, 유럽 내 진출과 동맹 네트워크가 더욱 강화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유럽 전역이 “한국 무기, 특히 무인 항공모함 기술과 천무 로켓”을 직접 확인하려 아침부터 줄을 설 만큼, 대한민국 방산 기술의 위상은 이미 새로운 시대를 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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