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산 전투기, 인도 수출의 벽에 부딪히다
대한민국이 야심 차게 개발한 4.5세대 전투기 KF-21이 동남아 및 중동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의 군사 대국 인도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인도 국방부가 발표한 27조 원 규모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Light Combat Aircraft 프로젝트)에서 한국산 전투기 KF-21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방산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인도 측은 자국산 ‘테자스(Tejas)’의 추가 양산을 추진하면서도 미국, 프랑스, 러시아, 스웨덴 등의 전투기에는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한국산 전투기는 협상 테이블에조차 올라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완전 무시’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자스 고집하는 인도, 기술력보다 ‘자존심’
인도는 국산 경전투기인 테자스를 차세대 주력으로 점찍은 상태다. 이미 초도 생산에 들어갔고, 추가 생산에 약 97억 달러(약 13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전투기는 미국산 GE 엔진을 탑재했지만 기체와 통제 시스템 등은 인도 자체 개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단순한 기술력 문제를 넘어, 자국 방산산업을 국제 무기 시장에서 독립시키고자 하는 자존심과 전략적 판단이 맞물려 있다.
그러나 테자스는 실제로는 성능과 안정성 면에서 꾸준한 비판을 받아왔고, 인도 공군 내부에서도 ‘공군 작전에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KF-21과 같은 외국산 대안은 배제된 채 자체 기술력 유지에만 매달리는 모습은 ‘방산 고립주의’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식 무기 체계, 서방으로의 전환은 ‘갈등의 연속’
인도는 오랜 기간 동안 러시아 무기 체계에 의존해왔다. 주력 전차인 T-90, 주력 전투기인 Su-30MKI 등 거의 대부분의 중·대형 무기가 러시아제였고, 군수 시스템과 조달 체계까지 러시아식에 익숙해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과의 국경 충돌 및 미국과의 군사 협력 심화로 인해 서방 무기 체계로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되자 내부 반발도 커지고 있다.
KF-21은 미국산 엔진과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서방 무기 체계에 가까운 설계지만, 이는 곧 러시아식에서 서방식으로의 급격한 체계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에 인도군 내부의 강한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산 무기의 ‘기술적 우수성’이 문제가 아니라 ‘체계 호환과 정치적 부담’이 최대 장벽인 셈이다.

훈련기와 정찰기는 OK, 전투기는 No
실제로 인도는 미국제 지원기 포세이돈, 아파치 헬기, 치누크 수송헬기 등 다양한 서방 장비를 구매해 운용하고 있다. 체코의 고등훈련기 L-39, 미국의 T-6 텍산 II 등 훈련기 도입도 활발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전투기 분야만큼은 서방산의 본격 도입을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는 전투기야말로 공군의 핵심 자산이며, 한번 도입하면 최소 30년 이상 사용하는 전략무기라는 점에서 ‘전략적 종속’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도는 국산 테자스를 고집하고, 외국산 전투기 도입은 극히 제한된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KF-21이 아무리 성능이 우수하다고 해도, 이런 정치적 상황에서는 단순히 기술력만으로 설득할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KF-21의 ‘제3세계 전략’, 인도는 아닌가?
한국 방산 업계는 KF-21의 수출 전략으로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 등 제3세계 국가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필리핀, 페루, 콜롬비아 등과 KF-21 협상이 진행 중이고, 사우디아라비아·UAE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이 리스트에서 빠져 있다. 이는 KF-21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인도라는 국가의 ‘방산 자립성’과 ‘정치적 중립 전략’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KF-21보다 단순한 K9 자주포나 현궁 미사일과 같은 무기들은 수출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인도도 이미 K9 자주포를 도입한 바 있으며, 향후 다른 지상 무기에 대해서는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투기만큼은 그들의 ‘성역’인 셈이다.

장기적 시야 필요…2030년대엔 기회 올 수도
한국산 전투기의 인도 수출은 당장 실현되긴 어려워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방산업계에서는 “2028년 이후 KF-21 블록3가 실전 배치되고, 해외 실전 성과가 쌓이면 인도도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실제로 인도는 과거에도 처음에는 무시하던 무기 체계를 나중에 수입한 사례가 있다.
변수가 많은 국제 무기 시장에서 ‘절대’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특히 전력 공백이나 전술 변화가 있을 경우 갑작스럽게 방향이 바뀌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현재는 KF-21이 인도에서 완전히 외면받고 있지만, 2030년 이후 상황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전성과 성능 입증, 그리고 외교적 유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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