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발발 이후 HIV 확산세, 통제 불능 수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러시아군 내부에서 HIV 감염률이 폭증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카네기 폴리티카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군 내 HIV 감염은 평시 대비 5배 증가했고, 같은 해 말엔 13배, 2024년에는 무려 20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는 단순한 보건 문제를 넘어 군 내부 구조와 시스템 전반의 허점을 드러내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감염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내부 통제력의 한계를 넘어선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선에서의 물리적 피해뿐 아니라, 병영 후방에서도 조용히 진행 중인 이 위기는 러시아군 전력의 또 다른 취약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감염 원인은 ‘비위생적 의료 체계’
보고서는 러시아군의 HIV 감염 확산 원인으로 야전 병원에서의 오염된 주사기 사용, 부상자 간 수혈 과정에서의 감염, 약물 주입을 위한 주사기 공유 등 기초적인 의료 위생 문제를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감염병 통계가 아닌, 러시아군의 의무·의료 체계 전반이 부실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심각한 신호다.

특히 전시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기초적인 방역 관리가 되지 않는 점은 현대 군대에서 쉽게 발생할 수 없는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상자 치료를 위한 기본적 위생 조치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군 전력 자체의 신뢰성에도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는 단기적 혼란을 넘어 장기적 전력 유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전 세계 감소 추세 속 러시아만 역주행
HIV 감염률이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만이 유일하게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더욱 충격적이다. 유엔에이즈(UNAIDS)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HIV 신규 감염자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감염률은 1990년대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연간 5~10만 건의 신규 감염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으며, 감염자 수 비중은 전 세계에서 5위권에 해당한다. 이는 단순한 의료 문제를 넘어, 체계적인 예방교육 부족, 감염 관리 시스템 부재, 그리고 보건의료에 대한 구조적 무관심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힌 결과로 풀이된다. 러시아군 내부의 감염 확산은 이러한 국가적 보건 시스템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경제·인구 구조에 치명적 영향 예상
카네기 폴리티카는 HIV 감염 확산이 러시아에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젊은 연령대의 병사들이 주 감염 대상이라는 점에서, 노동 인구 감소와 함께 의료비 지출 증가, 사회적 비용 확대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감염자가 늘어날수록 국가의 복지·보험 시스템은 큰 압박을 받게 되며, 이는 군의 유지뿐 아니라 민간 사회 전반에도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로 인한 손실이 단기적 전쟁 비용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실제로 향후 수십 년간 인구 구조 왜곡과 병력 확보 어려움 등 다양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HIV 감염 문제는 단순한 질병 관리가 아닌, 국가의 지속 가능성 문제와 직결된다.

러시아, 대응책 마련 나섰지만 미지수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러시아는 내부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보건 당국과 군 관계자들은 의료 장비 현대화, 야전 병원 내 감염 예방 교육 강화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확산된 감염자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자원이 필요하며, 전쟁 상황이 계속되는 이상 이러한 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전장에서의 직접적인 피해보다 보이지 않는 내부 손실이 더 크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대응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따른다. HIV 감염은 단순히 개인의 건강 문제가 아닌, 러시아 전체의 전략과 사회 안정성까지 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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