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살균된 음료’처럼 생각하지만, 커피 속에는 원두에서 나온 당분·아미노산·유기산이 녹아 있다. 특히 라테나 모카처럼 우유가 들어간 커피는 단백질과 지방까지 함유돼, 상온에서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배양액이 된다. 여름철 실온(25~30도)에서는 2시간만 지나도 세균 수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미국 FDA에서도 우유·크림이 포함된 음료는 2시간 이상 상온 보관하지 않도록 권고한다. 아이스커피라 해도 얼음이 녹으면 온도가 올라가 세균 번식 위험은 동일하다.

향과 맛이 산화로 급격히 변질된다
커피는 추출 직후부터 산화가 시작된다. 산소와 접촉하면서 커피 속 클로로겐산과 지방산이 분해돼, 쓴맛과 떫은맛을 내는 물질이 늘어난다. 시간이 지나면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면서 향이 줄고, 산패된 지방산이 비릿한 맛을 만든다.
특히 우유가 들어간 커피는 유지방이 산패되기 쉬워, 방치 시간이 길어질수록 느끼하고 불쾌한 냄새가 강해진다. 맛 변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패 과정에서 생성되는 일부 물질은 위 점막을 자극해 속쓰림이나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다.

곰팡이 독소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원두는 건조 상태에서도 소량의 곰팡이 포자를 포함할 수 있다. 추출 과정에서 대부분 사멸하지만, 일부는 살아남아 시간이 지나면 증식할 수 있다. 특히 더운 날씨에 방치하면 곰팡이 대사산물인 ‘마이코톡신’이 미량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마이코톡신은 간과 신경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독소다. 커피를 몇 시간 두었다가 마셔서 당장 문제가 생기진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반복 노출되면 건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이스커피도 안전하지 않다
아이스커피는 얼음이 들어 있어 처음엔 저온이지만, 얼음이 녹으면서 온도가 빠르게 상승한다. 특히 뚜껑을 연 상태로 들고 다니면 공기 중 세균이 쉽게 들어간다. 입을 대고 마신 빨대나 컵 가장자리에는 구강 내 세균이 묻는데, 온도가 오르면 이 세균이 번식 속도를 높인다.
결국 아이스커피도 실온에서 2시간 이상 두면 미생물 오염 위험은 뜨거운 커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냉장고에 보관하면 번식 속도가 늦어지긴 하지만, 이미 공기와 접촉한 상태라면 하루 이상 두는 건 피하는 게 좋다.

안전하게 마시려면 ‘2시간 원칙’을 지켜야 한다
우유가 들어간 커피는 2시간 이내, 블랙커피라도 가능하면 4시간 이내에 마시는 게 안전하다. 커피를 오래 즐기고 싶다면, 원액을 진하게 내려 냉장 보관하고 마실 때만 소량씩 덜어 타는 방법이 좋다. 외출 중이라면 보온병이나 아이스텀블러를 활용해 온도를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결국 가장 안전한 방법은 추출 후 가능한 한 빨리 마시는 것이다. 커피는 향과 맛뿐 아니라 위생적인 측면에서도 ‘신선할 때 바로 마시는 음료’라는 점을 기억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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