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요율 놓고 정면 충돌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 개발은행(BGK)은 최근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이 제시한 수출금융 협약 조건, 특히 무역보험 요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당초 이번 계약은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와 수출입은행(수은)이 각각 39억 달러와 13억 달러 규모의 보험 및 보증을 제공해, 전체 계약금액 65억 달러의 80%를 금융지원하는 구조였다.
무보는 보험상품 만기를 16년~20년으로 나누고, 보험요율을 약 5% 수준으로 책정했으나, BGK는 영국·프랑스 등 다른 방산 계약과 비교해 과도하게 높다고 반발했다. 특히 영국은 3%대, 프랑스는 2%대의 보험률을 제시한 전례가 있어 폴란드 입장에서는 협상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계약 발효 지연 우려
금융조건 협상이 결렬되면 계약 발효 시점이 늦춰지고, 무기 납품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폴란드가 요청한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시급히 필요한 전력이다. 일정 지연은 폴란드군 전력 공백으로 직결될 수 있으며, 한국 방산기업 입장에서도 생산·출고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국제 방산 금융 경쟁의 현실
방산 수출은 무기 성능과 가격뿐 아니라 금융·보험 패키지 제공 여부가 핵심 경쟁 요소다. 유럽 주요 방산 강국들은 정부 차원의 저금리 금융지원과 정치적 보증을 앞세워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이번 사안에서 폴란드가 영국·프랑스 조건을 언급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한국은 그동안 ‘빠른 납기’와 ‘가격 대비 성능’을 무기로 삼았지만, 대규모 차관 지원이 필요한 고객에게는 금융조건이 협상 성패를 좌우한다.
폴란드-한국 방산 협력의 상징성
폴란드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최대 무기 구매국 중 하나로 부상했다. 특히 K2 전차, K9 자주포, FA-50 등 한국산 무기를 대량 도입하며 한국 방산 수출사에 큰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번 2차 계약은 1차 계약의 성공을 기반으로 성사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금융 갈등으로 인해 협상 구도가 예상보다 복잡해졌다. 일부에서는 폴란드가 더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방산 수출의 구조적 과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통해 한국 방산 수출이 금융 경쟁력 확보에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성능과 납기만으로는 대규모 국제 입찰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고, 금융·외교 패키지를 포함한 ‘토털 오퍼링’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방산 금융지원 제도 개편, 무역보험 요율 조정, 구매국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이 시급하다. 특히 장기 유지·보수가 필요한 무기체계는 초기 계약 단계에서 금융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전체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
향후 전망과 파장
폴란드와의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며, 양측이 중간 지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장기화되면 다른 국가들과의 대형 계약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나올 수 있다. 이는 한국 방산 수출 정책 전반의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결국 해법은 보험료 인하와 추가 보장 사이에서 현실적인 균형을 찾는 데 달려 있다.
계약이 성사된다면 한국이 금융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가 될 것이지만, 무산된다면 금융조건이 한국 방산의 새로운 약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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