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 고산도시에 울려 퍼진 ‘꼬레아 병원’, 20년 한국형 의료지원의 감동 드라마
4800m 안팎이라는 아득한 해발에 자리하여 ‘지구에서 가장 높은 도시’로 불리는 볼리비아 엘알토. 인구 100만 명을 품은 이 곳에선, 오래 전까지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조차 절실했다. 산소 희박, 거친 기후, 낙후된 의료 인프라… 그 속에 1998년, 한국이 단 18개 병상의 작은 병원을 세운 것이 모두의 운명을 바꾸는 시작이었다.
척박한 환경에서 탄생한 한국형 의료지원의 뿌리
초창기 ‘꼬레아 병원’은 생존 자체가 과제였다. 고산증 환자, 산모, 미숙아, 그리고 감염병 위험이 도시 전역을 뒤덮었고, 18개 병상만으로는 하루 수십 명의 환자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한국 의료진과 현지 인력은 최소한의 인프라 속에서 진료, 응급구조, 영양 상담, 건강 교육까지 전방위 지원을 펼쳐나갔다.
이후 꾸준한 현장 조사와 지역사회와의 소통 끝에, 2006년 산모 및 소아 중심의 병동이 45개 병상 규모로 증설됐다. 2016년부터는 중증환자와 응급환자를 위한 전문 병동, 현대식 시설이 추가되어 고산증 치료, 산모 관리, 소아 의료까지 전면적으로 확대됐다.
20년 넘는 꾸준한 동행, 볼리비아인의 마음을 움직이다
한국의 지원은 단순한 ‘한 번의 원조’로 끝나지 않았다. 의료진 파견, 현지 인력 교육, 의료장비ㆍ의약품 지원, 공동 연구, 시설 증설 등,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변함없이 이어진 진짜 동행이었다.
생명을 구하고 가족의 안전을 지켜준 꼬레아 병원은 2022년, 볼리비아 대통령의 공식 감사 표명과 함께 전국 방송을 탔다. “우리를 위해 실제로 오랫동안 헌신해 준 나라는 한국이었다.” 이 한마디에 볼리비아 전역이 감사 인사와 찬사로 도배되며, 무명의 한국이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로 부상했다.
병원 이름도 태극, ‘한국’에 헌정된 최고의 국영 의료기관
엘알토 국립병원은 볼리비아인들 사이에서 ‘한국 병원’으로 불린다. 병원 로고와 입구, 의료 기록지, 병동 곳곳에 태극기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의료진 유니폼에도 태극 문양이 박혀 있을 만큼, 진료실마저 ‘한국형 공간’으로 꾸며졌다. 볼리비아에서 태어난 아기들 수천 명이 한국 병원에서 첫 울음을 터뜨리며, 가족은 감사의 의미로 아이에게 ‘꼬레아’란 별칭을 새기기도 한다.
진료소 개설, 백신 보급, 모자 건강 교육, 현지 의료진 양성 프로그램 등이 3단계 지원으로 이어지면서 엘알토의 산모 사망률, 아동 사망률, 결핵ㆍ감염병 발생률이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병원은 단순 클리닉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의 보건 안전망이자 교육ㆍ연구ㆍ치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1위 자원, 볼리비아 리튬이 한국을 ‘첫 파트너’로 택한 배경
볼리비아는 세계 최대의 리튬 매장국가다. 리튬은 전기차, 스마트폰, 2차 전지 산업의 필수 원료로 지구촌 에너지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전략 자원이다. 고마움의 표시였을까? 볼리비아 정부는 2023년부터 21세기 자원 산업의 핵심 동맹국, 리튬 개발 첫 파트너로 한국을 지목했다.
리튬 개발 컨소시엄 구성 단계에서 한국 기업들이 우선 협상권과 사업 참여 기회를 얻었고, 기술 이전, 친환경 채굴, 배터리 제조 분야에서 R&Dㆍ공동 투자가 빠르게 진행됐다.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해준 나라라서, 미래 자원도 공유하고 싶다”는 볼리비아의 메시지는 과거의 의료 동행이 현재의 전략적 협력으로 바뀐 명백한 증거다.
따뜻한 연대가 만든 한국-볼리비아 관계의 미래
20년간 변함없는 의료지원, 현지와의 깊은 유대, 실제 생명을 구한 기록은 단순 원조 이상의 ‘동반성장’을 이끌었다. 오늘 엘알토의 ‘꼬레아 병원’에서 볼리비아 아이들이 건강한 첫걸음을 내딛고, 볼리비아 정부가 세계 1위 리튬 자원을 한국에 진심으로 내어준다는 사실은 문화, 기술, 경제까지 모든 분야에서 신뢰와 존경을 기반으로 한 장기적 미래 동맹의 서막이다.
이제 한국의 지원을 받은 병원은 현지 의료진이 직접 운영하고, 탄탄한 협력 시스템 아래에서 지역 전체 건강ㆍ교육ㆍ생산성까지 끌어올릴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한 나라의 실질적 손길, 꾸준한 동행, 그리고 ‘가장 힘든 곳에서 진짜 삶을 지켜낸’ 한국형 모델이, 세계 1위 자원국의 마음까지 움직인 현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로도 한국과 볼리비아는 더 많은 교류와 협력을 이어갈 전망이다. 의료, 에너지, 관광, 사회적 기업, 교육에 이르기까지, ‘믿음’과 ‘실천’이 민간과 정부, 병원과 자원 개발까지 확대되어 진정한 글로벌 파트너십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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