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최초의 본격 관광사업,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
2025년 여름, 북한은 평양 아닌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공식 개장하며 “외국인 100만 명 시대”를 선언했다. 바다와 백사장, 리조트 단지, 해변호텔, 골프 코스가 들어선 대형 복합 리조트에는 김정은의 전략적 구상과 ‘북한판 관광혁명’의 꿈이 담겼다. 오랫동안 국제제재와 국경 봉쇄에 묶였던 북한이 본격적으로 관광 외화 유치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는 북한 관광산업의 이정표로 주목받았다.

러시아 여행사의 파격 상품, 블라디보스토크~원산 7박8일 패키지 시작
북한이 관광 지구 개장과 동시에 러시아·중국 관광객 유치에 뛰어든 것도 눈길을 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여행사 ‘보스토크 인투르’는 최초로 7박 8일, 208만 원짜리 원산갈마 관광 패키지를 출시했다. 기차와 버스를 타고 두만강역을 경유해 입국하고, 4성급 호텔에서 숙박하며 해변 레저와 리조트 생활, 러시아어 가이드 동행에 각종 식사까지 ‘올인클루시브’로 구성된 상품이었다. 러시아 여행사 측은 “서구 영향이 거의 없는 북한의 문화·건축·풍경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홍보했다.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애초부터 외국인 관광 수요 ‘제로’
그러나 실상은 북한의 기대와 달랐다. 러시아 여행사가 적극적으로 참가자를 모집했음에도 실질 예약자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BBC, 주요 한·러 언론 매체는 “러시아인 12명이 1차 상품을 예약했다”는 보도 뒤, 추가 모집과 예약이 전무했다고 밝혔다. 여행업계 관계자 역시 “패키지 상품에 관심은 있지만 실제 예약은 극소수에 그쳤다”고 인정했다.

원산갈마 관광흥행 실패의 원인 분석, 가격·가성비·경로 모두 난관
가장 큰 장애는 가격과 실질 가성비였다. 208만 원은 러시아 근로자 한 달 평균 월급의 1.5배 수준이다. 소치 등 러시아 내 해양 관광지도 있고, 동남아·동유럽 등 가격대비 체험가치가 높은 대안이 무수하다. 게다가 북한 방문은 비자, 철도·버스 환승, 행정절차 등 까다로운 통관 절차가 동반되고, 리조트 내 자유로운 이동이나 촬영, 개별 일정 설정이 불가능하다.

관광 인프라·시설 완성도 부족, 외국인 ‘잠정적 불허’로 이어져
북한은 원산갈마지구 개장 직후 “외국인 관광객은 잠정적으로 받지 않는다”고 돌연 정책을 뒤집었다. 현지 시범운영 결과, 숙박·치안·위생·행정 등 시스템 미비점이 대거 드러났고, 응급의료·통역·문화행사·안내서비스도 국제기준에 못 미치는 평가가 나왔다. 리조트 내부 촬영, SNS 공유, 개별 자유시간 등 현대인 관광 필수 요소가 원천적 제약을 받는 것도 흥미·참여를 막는 요인이다.

지역 특성상 기후·해양 콘텐츠 한계, 계절성 관광의 취약점
동해 원산갈마 해수욕은 사실상 여름 성수기(7~8월) 내에만 가능하다. 8월 말부터 수온이 떨어져 해수욕은 불가하고, 이후에는 관광 수요 자체가 급감한다. 실제로 9월 평양 관광상품만 판매되고 갈마지구 상품은 계획 없어졌다. 네트워크, 해외 홍보 부족, 관광 수요 예측 실패 역시 흥행 난항의 일원이었다.

향후 전망과 과제, ‘북한표 관광’의 재설계 필요
북한 원산갈마 관광사업은 국제적 관심과 내부 의욕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관광 수요, 현실적 시장성, 인프라 완성도, 개방적 경험 설계 등 복합 난관에 직면했다. 외국인 관광객 확보, 시즌 중심 상품 구성, 안전·자유·개별화·SNS 활용 등 현대 관광 트렌드를 반영한 재설계가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북한 관광 빅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결론에 무게가 실린다.
요약하면, 북한 최초 대형 관광사업의 흥행 실패는 경쟁력 없는 가격, 불완전한 인프라, 현실과 거리 먼 정책, 국제적 신뢰 부족, 계절성 취약, 글로벌 여행 트렌드에 대한 이해 미흡 등 다층적 원인에 기인한다. 미래에는 실질적인 자유·경험·정보·안전·가격 경쟁력까지 모두 갖춘 개방형 모델로의 전환 없이는, 북한 관광시장의 가능성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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