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 속에서 펼쳐지는 ‘무언의 전쟁’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죽음의 정적(Deathly Silence)’이라고 부르는 훈련이 있습니다. 바로 ‘콤배트 다이버(COMBAT DIVER)’ 훈련입니다. 이 훈련은 해상 침투와 수중 전투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으로, 수중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침착하게 대응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참가자들은 오로지 장비와 자신의 체력, 정신력에 의존해 임무를 수행해야 하며, 훈련 중에는 말조차 거의 하지 않습니다. 바다 속에서는 모든 소리가 적에게 들릴 수 있고, 산소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 어떤 움직임도 신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숨을 조절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COMBAT DIVER 훈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산소 관리’입니다. 훈련에 사용하는 폐쇄회로 잠수기(리브리더)는 기포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은밀하게 잠수할 수 있지만, 산소 농도 조절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농도가 조금만 높아도 산소 중독 위험이 있고, 낮으면 저산소증으로 의식을 잃게 됩니다.
훈련생들은 20~30m 수심에서 수십 분 동안 체온 저하와 공포를 이겨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호흡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생존의 열쇠입니다. 이 때문에 COMBAT DIVER 졸업생들은 ‘호흡을 지배하는 자’라는 별명을 얻습니다.

장비를 빼앗기고도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극한 상황
훈련의 후반부에는 일부러 장비를 빼앗기거나 망가뜨린 상태에서 임무를 이어가야 하는 ‘해적 검사(Pool Harassment)’ 단계가 있습니다.
교관들은 수영장이나 해양 훈련장에서 훈련생의 마스크를 벗기고, 호흡기를 빼앗아버립니다. 훈련생은 당황하지 않고 장비를 되찾거나, 다른 방식으로 숨을 쉬며 침착하게 상황을 복구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공포심을 이기지 못하면 즉시 탈락입니다. 실제로 많은 지원자들이 이 단계에서 훈련을 포기합니다.

단 50%도 졸업하지 못하는 혹독함
COMBAT DIVER 훈련의 탈락률은 평균 50% 이상입니다. 수영, 잠수, 장비 운용, 해상 침투, 폭발물 설치, 적지 정찰 등 다방면의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체력과 정신력 모두 최고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바다 속에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저체온증’과 산소 부족으로 인한 극심한 두통, 근육 경련을 견디는 것이 큰 난관입니다. 미군 특수부대원들조차도 “이 훈련을 마치면 다시는 바다를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미국만의 훈련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COMBAT DIVER와 유사한 해상 침투 훈련이 한국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과 해병대 수색대에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UDT의 ‘침투수영’과 ‘심해 잠수’ 과정은 난이도 면에서 미군 COMBAT DIVER 못지않습니다.
양국의 특수부대원들은 해상 작전 능력 강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합동 훈련을 실시하며, 서로의 전술과 기술을 공유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특수부대의 뛰어난 체력과 정신력이 미군에게도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전장에서 ‘정적’이 주는 의미
COMBAT DIVER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진짜 의미는 ‘정적 속에서의 완벽한 임무 수행’입니다. 바다 속은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장보다 더 무자비합니다. 산소 한 모금, 체온 1도의 차이가 생존과 죽음을 가릅니다.
그래서 이 훈련을 마친 요원들은 바다 속에서의 침묵이 곧 생존이고, 침착함이 곧 승리라는 것을 뼈저리게 배웁니다. 이들은 바다 위에서는 그림자처럼, 바다 속에서는 유령처럼 임무를 완수합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미군 특수부대원들은 COMBAT DIVER를 ‘죽음의 정적’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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