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언론까지 놀라게 한 미스터리 전투기
2022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Indo Defence 2022 전시회에서 실물이 아닌 전투기 모형 하나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바로 인도네시아의 4.5세대 전투기 콘셉트인 I-22 시카탄이다. 예상치 못한 등장은 일본 언론조차 놀라게 했다.

일본의 Trafficnews.jp는 “이게 무슨 전투기인가?”라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보도하며, “국가 위상을 건 허세일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제한된 자금을 가진 국가들에게는 스텔스 성능을 갖춘 전투기 콘셉트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형상으론 현대적인 스텔스 전투기와 유사하지만,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 설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국제 방산 행사에서 실물 크기 모형을 공개했다는 점은 인도네시아의 의도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실제 개발 계획은 없었다는 충격적 답변
가장 놀라운 점은 개발사 인포글로벌이 직접 밝힌 입장이다. 일본 기자의 질문에 회사 대표는 “I-22는 경전투기 시장 진입용도 아니고, 인도네시아 공군에 제안하기 위함도 아니며, 특별한 개발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왜 실물 크기 모형을 제작해 전시했을까? 인포글로벌 관계자는 “국내 기술만으로도 이런 전투기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자국 방산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즉, 실제 생산이 목적이 아니라 기술력 과시와 산업 홍보가 목표였던 셈이다. 하지만 민간기업 단독으로 4.5세대급 전투기를 실현하는 것은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가 필요한 만큼 현실성이 낮다는 점이 지적됐다.

방산 강국으로의 변신을 꿈꾸는 인도네시아
일본 언론 분석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에너지·농업 중심 국가에서 제조업 중심 국가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방위산업을 중공업 기반 구축의 핵심 축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터키와 공동 개발한 중형 전차 ‘하리마우’ 도입, 한국 장보고급 잠수함을 기반으로 한 나가파사급 잠수함 자체 건조 등 일부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공군의 고정익 항공기 분야에서는 성과가 미미했다. I-22 시카탄은 이런 상황 속에서 항공 분야 기술력의 상징처럼 활용됐다. 스웨덴 사브 JAS 그리펜에서 영감을 받은 쌍발엔진 설계, 복합소재를 활용한 스텔스 특성 강화 등 외형적 요소만큼은 실제 전투기 못지않게 설계됐다.

2024년 공개된 시연기,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많다
2024년 Indo Defence 전시회에서 인포글로벌은 단순 모형이 아닌 시연기(Demonstrator)를 공개하며 관심을 다시 끌었다. 시연기에는 플라이바이와이어 제어 시스템, 25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헬멧 장착 디스플레이 시스템(HMDS) 등이 탑재됐다. CEO 아디 사송코는 “I-22 개발은 국가 항공우주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 로드맵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항공기 정비 경험과 신규 전투기 개발은 차원이 다른 작업이며, 첨단 레이더, 엔진, 무장 통합 등 핵심 기술 확보는 여전히 난관이다.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민간 주도의 전투기 개발이 양산 단계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기술력 과시인가, 전략적 홍보인가
I-22 시카탄의 공개 목적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기술력 과시이자 국내외를 향한 전략적 홍보였다. 일본 언론이 지적했듯이 “국민에게 ‘우리는 전투기를 만들 수 있다’고 외치는” 상징적 행위였던 셈이다. 그러나 실제 개발·양산으로 이어지려면 천문학적 비용, 안정적인 예산 지원, 첨단 부품 공급망 등 현실적인 과제가 산적해 있다. 현재로서는 I-22가 시제기 제작을 넘어 실전 전력화되기보다는 국가 이미지 제고와 산업 홍보의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전투기가 인도네시아 항공산업의 전환점을 만드는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쇼’로 끝날지는 향후 행보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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