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 항공기의 이색 변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끊임없는 드론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용 항공기를 군사 목적으로 개조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해외 군사 매체 ‘더 워존’과 ‘디펜스 블로그’는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농약 살포용으로 사용되던 Z-137 항공기에 R-73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이 장착된 장면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Z-137은 1960년대 초도 비행을 거쳐 1980년대 중반까지 수백 대 이상이 생산되었으며, 동구권 전역의 농장에서 널리 운용된 기종이다. 통상적으로 비무장 상태로 운용되던 이 구형 기체가, 전장에서 하늘의 위협을 제거하는 요격기로 재탄생한 것이다.
R-73 미사일 장착의 의미
Z-137에 장착된 R-73 미사일은 1980년대부터 생산된 구소련제 단거리 공대공 무기로, 기동성이 뛰어난 적 항공기나 드론을 근거리에서 제압하는 데 특화돼 있다. 원래는 전투기급 항공기에 장착되는 무기지만, 우크라이나는 저가형 농업용 항공기에 이를 결합해 드론 방어 전력으로 투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체가 촬영된 시점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주변에 밀 수확 장면이 포착된 점으로 미뤄 7월 말경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당선 후 심화된 공습 위협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시도 배경에는 전례 없는 드론 위협이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기간 전쟁 종식을 장담했지만, 오히려 당선 이후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 공습은 더욱 거세졌다. BBC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보다 공격 횟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기 지원 제한과 러시아의 군수 물자 비축 증가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기존 군 전력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 민간용 항공기까지 군사 작전에 전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민간 항공기 활용의 전례와 가능성
우크라이나가 민간용 항공기를 군사 작전에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전투기 가용성이 제한되었을 때, 민간 항공기를 개조해 정찰 임무에 투입한 전례가 있다. 흥미롭게도 미국도 비슷한 시도를 한 바 있다. 미 공군은 농업용 항공기 AT-802U를 개량해 OA-1K 스카이레이더Ⅱ로 운용하고 있으며, 이는 저강도 분쟁지역이나 전투기 투입이 부적합한 환경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Z-137 개조 역시 전장 환경에 따른 창의적 대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드론 요격 패러다임 가능성
물론 Z-137 개조형이 본격적인 전략무기로 자리잡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속도, 운용 고도, 전자장비의 한계 등 기존 전투기와 비교해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작비가 저렴하고 유지비가 낮다는 장점은 값비싼 지대공 미사일 대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러시아가 저가형 드론을 대량 투입하는 상황에서, 값싼 플랫폼을 활용한 대응책은 경제적·전술적 가치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시도가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틈새를 메우고, 장기적으로 새로운 드론 요격 패러다임으로 발전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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