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전쟁 시대, 새로운 발상
21세기 전장에서 드론은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핵심 전력이 됐다. 이에 맞서 각국은 드론 요격을 위한 다양한 무기체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실험에 성공한 ‘크레모어 드론킬러’는 그중에서도 가장 단순하면서도 파괴력이 큰 발상이다. 기존 대인지뢰 M18A1, 즉 ‘크레모어’를 소형 드론에 결합해 적 드론을 직접 격추하는 전술이 실전 테스트를 통과한 것이다.
실험 주도 세력과 방식
이번 실험은 미 육군 전투능력개발사령부(DEVCOM)와 제173 공수여단, 그리고 펜실베이니아 주방위군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상용 쿼드콥터 드론에 M18A1 지향성 대인지뢰를 장착한 뒤, 표적 인근에서 폭발시켜 드론을 파괴하는 방식이다.
M18A1은 베트남전에서 대량 사용된 방어 무기이자, 전방 120도 방향으로 쇠구슬을 살포해 보병 집단을 무력화하는 용도로 개발됐다.
크레모어의 위력
무게 1.5kg의 플라스틱 상자 형태인 크레모어 내부에는 약 700g의 C4 폭약과 3mm 직경의 쇠구슬 700여 개가 장착돼 있다. 격발 시 쇠구슬은 전방 120도 각도로 초속 약 3배속(음속)으로 날아가며, 250m 이내 표적을 제압할 수 있다.
실험에서 크레모어 드론은 적 드론을 단 한 발로 완전히 파괴했다.
후폭풍으로 인해 발사 드론 자체도 파손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는 일회성 소모 무기 특성상 감수할 수 있는 범위였다.
가성비의 비밀
미군이 이 체계를 주목하는 이유는 압도적인 ‘가성비’다. 기존 해상이나 지상에서 드론을 요격하려면 고가의 미사일을 사용해야 했다. 예를 들어 함대공 미사일 SM-2는 발당 200만 달러, AIM-9X 공대공 미사일은 45만 달러 수준이다.
이에 비해 크레모어는 미군 탄약고에 대량 비축돼 있으며, 상용 드론 가격까지 합쳐도 발당 수천 달러 이내로 제작 가능하다. 부대 단위에서 자체 제작이 가능해, 장비 등록이나 복잡한 절차 없이 빠르게 배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활용 범위의 확장성
크레모어 드론은 단순히 드론 요격뿐만 아니라, 적 보병부대 공격에도 적용 가능하다. 기존 크레모어는 방어 진지에 설치해 적이 접근할 때 폭발시키는 방식이었으나, 드론에 장착하면 참호나 시가전 환경에서 상공에서 직접 살상 범위를 형성할 수 있다.
참모진 집결지, 차량 호송대, 심지어 엄폐된 병력까지도 상공에서 제압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이러한 전술은 특히 시가전, 산악전, 참호전 등 복잡 지형에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우리 군에 주는 시사점
미군은 이번 실험을 통해 각 부대 지휘관이 창의적인 드론 무기 개발을 장려하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3D 프린터 등으로 부품을 제작하고, 상용 부품을 결합해 맞춤형 무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한국군 역시 북한의 자폭드론 위협과 비대칭 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이러한 ‘저비용·고효율’ 무기체계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가의 미사일로 저가 드론을 격추하는 비효율을 줄이고, 소규모 부대에서도 운용 가능한 단거리·근접 요격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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