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본토 깊숙이 뚫린 우크라 드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전쟁 수행 능력을 정조준한 정밀 타격에 성공했다.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GUR) 소속 드론이 러시아 오렌부르크 지역에 위치한 헬륨 생산 공장을 타격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해당 시설은 전선에서 무려 1,200km나 떨어진 후방 깊숙한 곳에 있어 기존의 방공망과 전혀 무관심 지대에 속했던 지역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 운용 능력을 입증하며 러시아 전략 자산을 직접 겨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공격 직후 현지 주민들은 공장 상공을 비행하는 드론의 날카로운 소음과 연속적인 폭발음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유럽 최대급 헬륨 공장, 타격의 의미
문제가 된 오렌부르크 헬륨 공장은 연간 약 150억 세제곱미터의 천연가스를 처리할 수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시설 중 하나다. 이는 서울시 전체가 1년간 사용하는 도시가스 양의 수십 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러시아가 군수산업과 전략무기 운용에 활용해온 핵심 기반이었다. 헬륨은 로켓 추진체계의 가압과 연료계통 세척, 안정성 유지에 필수적인 기체다. 특히 러시아의 주력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RS-24 야르스와 차세대 ICBM 사르맛의 운용에 직접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이번 공격은 단순한 시설 파괴를 넘어 러시아 핵전력 유지 자체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러시아 당국의 축소 발표와 불편한 진실
공격 직후 러시아 당국은 M5 우랄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긴급 봉쇄하며 대응에 나섰다. 오렌부르크 주지사 대행은 “드론 2기를 격추했다”고 발표했지만, 피해 규모나 정확한 피해 현황은 철저히 숨기고 있다. 그러나 현지 언론과 주민 증언을 종합하면 공장이 정상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가 대외적으로 피해를 축소하는 것은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언론은 이 공장이 사실상 러시아 내 유일한 헬륨 대량 생산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타격이 갖는 전략적 의미를 부각시켰다.
장거리 드론 공습, 전쟁 판도 흔드는 변수
이번 공격은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후방 산업시설에 대한 장거리 드론 공습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불과 하루 뒤인 12일 새벽에는 스타브로폴 지역의 합성 사파이어 생산 공장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러한 공습은 러시아 전쟁 수행 능력의 근간을 흔드는 전략으로, 단순히 전선에서의 교전이 아니라 러시아 후방 전체를 압박하는 새로운 국면을 열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이제 본격적으로 러시아 산업 기반을 직접 겨냥하기 시작했다”며 향후 전쟁의 양상이 크게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 시험대 오르다
러시아는 극동 아므르 가스 처리공장과 이루쿠츠크주에서도 헬륨 생산을 이어가고 있으나, 오렌부르크 공장은 여전히 핵심적인 전략 시설로 꼽혀왔다. 이번 공격이 단기간에 러시아 전쟁 능력을 무너뜨리지는 않겠지만,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산업 기반에 가해지는 누적 타격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특히 헬륨은 군수뿐 아니라 항공우주, 반도체 등 민간 분야에서도 필수 자원으로 꼽히기 때문에, 공급 차질은 러시아 경제 전반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공습은 단순한 드론 공격을 넘어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 자체를 시험대에 올려놓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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