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관세 압박, 방산 수출에 ‘역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무역 정책이 자국 방위산업에 뜻밖의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미국산 무기 구매를 압박하는 동시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미국산 무기 계약이 보류되거나 재검토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첨단 전투기와 미사일 체계 등 고가 무기 거래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위스, 91억 달러 F-35 계약 ‘재검토’
가장 큰 논란의 중심에는 스위스가 있다. 스위스는 애초 91억 달러(약 12조 원) 규모의 F-35A 전투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39%에 달하는 상호 관세율을 부과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스위스 내에서는 “이 정도의 관세 부담을 감수하며 미국산 무기를 사야 하느냐”는 여론이 확산됐고, 결국 계약 재검토 또는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스위스 정부는 공식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F-35 도입 계획은 사실상 보류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방위비 인상 요구에 F-35 도입 ‘중단’
GDP 대비 약 2%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는 스페인도 미국과의 갈등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를 추가로 5% 인상하라고 요구하자, 스페인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며 미국산 무기 도입 계획을 전면 재검토했다.
특히 F-35 도입 논의는 중단됐으며, 대신 유럽이 개발한 ‘유로파이터 타이푼’ 추가 구매나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유럽 내에서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무기 생산 능력을 확대하려는 흐름의 일환이다.

유럽, ‘탈(脫)미국’ 무기 체계 구축 움직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은 군사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 무기 구매 비중을 유럽 내로 돌리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차세대 전투기 개발, 자주포·대공방어 체계 공동 생산 등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방산 자급률을 높이고, 공동 무기 조달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 방위산업의 시장 점유율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전략, ‘자충수’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전쟁과 방위비 협상을 통해 미국 무기 판매를 늘리는 전략을 구사했으나, 실제 결과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관세와 정치적 압박은 동맹국의 불신을 키웠고, 대체 공급처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부추겼다.
특히 유럽에서 “미국이 언제든 공급을 중단하거나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안정적이고 정치적 리스크가 적은 공급국을 찾는 경향이 강화됐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산 무기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한국 방위산업의 ‘틈새 기회’
미국과 유럽 간 갈등 속에서 한국 방위산업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한국은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다양한 무기 체계로 폴란드·노르웨이·루마니아 등 유럽 국가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미국산 무기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 국가들이 대체 공급국을 찾을 경우,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한국산 무기가 유력 후보가 될 수 있다. 방산 전문가들은 “정치적 중립성과 안정적인 공급망, 가성비 높은 무기 체계는 한국이 유럽 시장에서 부상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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