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개월간 이어진 ‘사무실 생활’의 실체
경남의 한 육군 예비군 훈련대에서 근무하는 30대 군무원 A 씨가 무려 1년 3개월 동안 부대 사무실에서 무단 거주한 사실이 드러났다. A 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퇴근 후에도 사무실을 떠나지 않고 그곳을 숙소처럼 사용했다. 사무실 소파와 테이블을 침대 대용으로 쓰고, 의자 위에 빨래를 널어놓는 등 생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이러한 행위는 국방부의 ‘부대관리훈령’에서 명확히 금지하는 사항으로, 군인과 군무원 모두 군사 시설을 사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가능했던 이유
A 씨가 이렇게 오랜 기간 발각되지 않은 이유는 예비군 훈련대의 특성 때문이다. 훈련이 없는 기간에는 병력의 상주 인원이 거의 없어, 부대 내 출입이나 야간 활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사람들의 왕래가 드문 환경은 A 씨가 눈에 띄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됐다.
부대 측 역시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사무실에서 자지 말라”는 구두 경고에 그쳤다. 관리 감독이 허술했던 것이 장기간 무단 거주를 가능하게 한 또 다른 이유였다.

독신 숙소 배정 전까지 이어진 생활
A 씨의 ‘사무실 숙박’은 올해 4월 군무원 독신 숙소를 배정받으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사건은 즉시 조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부대는 두 달이 지난 6월, 외부 제보를 통해서야 조사를 시작했다.
사단 법무실은 단순한 무단 거주 사실뿐만 아니라 A 씨가 근무 시간 외 사무실 사용과 관련해 초과 근무 수당을 부당하게 수령했는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이러한 수당 부정 수령 가능성은 사건의 심각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가정 형편 어려웠다”는 해명과 한계
조사 과정에서 A 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부대에 머물렀다”고 진술했다. 경제적 사정을 고려할 여지는 있으나, 법적·제도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군사 시설을 장기간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특히 숙소나 주거 지원 제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우회해 무단 점유를 지속한 것은, 단순한 개인 사정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리 부실과 제도적 허점 드러나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에 그치지 않고, 부대 관리 체계 전반의 허점을 드러냈다. 현행 규정상 군사 시설의 무단 사용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음에도, 부대는 장기간 이를 방치했다.
더구나 초기에 징계나 정식 조사로 이어지지 않고 경고만 했던 점은 기강 해이와 관리 부실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군 기강은 작은 규정 위반부터 바로잡아야 유지될 수 있는데, 이번 사건은 그 원칙이 무너진 사례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대 시설 관리와 생활 지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기적인 시설 점검과 상주 인력의 보고 체계 강화, 무단 사용에 대한 즉각적인 징계 절차 마련이 요구된다.
또한 주거가 불안정한 군무원·군인에 대한 지원책을 확대해, 제도권 밖의 비정상적인 해결 방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군 내부의 기강 확립과 함께 인력 복지를 균형 있게 강화하는 것이 재발 방지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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