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공세 속 우크라이나군 내분 확대
러시아군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 내부에서 지휘부와 병사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전쟁 초반 기민한 대응으로 러시아의 진격을 막아냈던 모습과 달리, 현재는 상층부의 경직된 지휘 방식이 병사들의 불만을 폭발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은 구소련 시절의 하향식 지휘 체계에 묶여 있으며, 이로 인해 불필요한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사들은 전술적 의미가 없는 공격 명령에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후퇴조차 허용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현 불가능한 명령” 병사들 공개 비판
전선의 병사들은 상부 지휘관들이 승산 없는 공격을 강요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장교들은 이미 포위된 부대조차 철수를 불허하며, 오히려 전력 보강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한 장교는 소셜미디어에 “군 고위 간부들이 어리석은 명령을 내리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여러분의 자녀도 보병으로 전장에 서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자신의 부대가 현실성이 없는 공격을 지시받았다고 주장했으며, 특히 쿠르스크 지역 전투에서 많은 전사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같은 전장으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러한 사례가 확산되면서, 장병들 사이에서는 상부에 대한 신뢰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소련식 지휘 방식이 남긴 그림자
우크라이나군 내 갈등의 뿌리에는 여전히 ‘소련식 군사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WSJ는 “참모 본부의 상당수가 구소련 군대에서 훈련받은 장교들”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전면전의 현실보다 체면 유지와 책임 회피에 더 집중하면서, 병력이 포위당해도 후퇴 명령을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직된 사고방식은 현대전의 빠른 변화, 특히 드론과 첨단 감시·타격 기술이 주도하는 전장에서 치명적인 한계로 작용한다. 전쟁 초기 러시아군의 실패 원인으로 지적되었던 ‘구식 전술’이 이제는 우크라이나군 내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사기 저하와 탈영 사태
지휘부의 비현실적인 명령은 병사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신규 병력 모집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장병들은 가족과 지인에게 “입대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으며, 실제로 수만 명의 병사가 부대를 이탈하거나 탈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자원입대한 병사는 “전투 훈련 대신 장작을 패는 일을 강요받았다”며 부실한 준비 상황을 고발했다.

전장에서 목숨을 걸 준비가 되어 있던 병사들이 정작 제대로 된 전술 훈련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은 군 내부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개인적 불만을 넘어 조직 전체의 전투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러시아군의 공세에 맞서야 하는 우크라이나군에 치명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러시아 닮아가는 우크라이나군의 딜레마
아이러니하게도 우크라이나군의 문제점은 전쟁 초반 러시아군에게서 지적되었던 것과 유사하다. 러시아군은 병사를 ‘일회용 자원’으로 취급하며, 막대한 희생을 치르면서도 결정적인 전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같은 문제를 우크라이나군이 겪고 있는 것이다. WSJ는 “수적으로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식 전술을 답습하는 것은 더 치명적”이라고 분석했다. 군사 전문가들 역시 현대전에서 요구되는 자율성과 창의성이 결여된 채 경직된 지휘 체계만 강화된다면,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점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결국 우크라이나군이 전쟁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시대적 지휘 문화를 개혁하고, 현장 전투원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전술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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