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인공지능(AI)이 의사들의 암 발견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AI는 의료 분야에서도 맹활약 중이지만 의사가 지나치게 의존하면 안 된다고 학자들은 경계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과대학교 모리 유이치 교수 연구팀은 12일 국제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AI 툴이 의사들의 전암병변 판단력을 약화한다고 지적했다.
전암병변은 암이 되기 전단계의 병변으로, 이를 발견하는 것은 암 예방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AI 툴은 이 전암병변의 조기 발견에 매우 유용한데, 정작 의사는 AI에 의존한 나머지 능력 저하가 뚜렷하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내시경 센터 4개소를 대상으로 AI 툴 도입 전후 각 3개월간 대장암 발견율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AI를 사용하지 않고 검사를 진행한 경우 AI 도입 전과 비교해 발견율이 20%포인트나 떨어졌다.
모리 교수는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실험에 참여한 의사 19명 모두 2000건 이상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한 전문의라는 사실”이라며 “실력도 있고 경험도 풍부한 의사조차 AI에 의존해 스스로 실력이 떨어지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 AI가 유용한 것은 틀림없다. 암 발견부터 환자 병력에 기반한 진단까지 폭넓게 도움을 준다”면서도 “의사들이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AI의 판단에 익숙해지면 암 등 무서운 병의 조기 진단이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이런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에 의지하는 지식 관련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흐려지고 AI의 지원만으로 충분하다고 과신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올초 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팀도 논문 작성에 생성형 AI 챗(Chat)GPT를 사용하면 소재에 대한 인간의 비판적 사고가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모리 교수는 “미국 의사회에 따르면 이미 의사의 약 3분의 2가 AI를 도입했고 익숙해졌다”며 “진료와 판단은 어디까지나 의사의 책임이며, AI는 정보를 제공하는 등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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