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위협 고도화, 중층 방어체계 필요성 대두
북한의 탄도미사일 전력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계(KAMD)는 단순 대응을 넘어 정밀성과 범위 확장이 동시에 요구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최근 방위사업청이 ‘천궁-Ⅲ(M-SAM Block-Ⅲ)’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무리한 것은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천궁-Ⅲ는 기존 천궁-Ⅱ의 후속 체계로, 약 15~20km 고도에서 요격이 가능했던 전작과 달리 30~40km의 중고도 영역까지 방어를 확대한다. 이로써 저·중·고고도를 잇는 다층 방어망의 한 축이 새롭게 강화될 전망이다.

천궁-Ⅱ 한계 넘어선 요격 고도 확장
천궁-Ⅱ는 그동안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대응 가능 고도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천궁-Ⅲ는 이 범위를 2배 이상 확대해, 기존 방공망이 커버하지 못한 중간 영역을 책임지게 된다.

특히 북한이 단거리·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다변화하면서 요격 고도를 교묘히 비켜가는 상황이 잦아진 만큼, 천궁-Ⅲ는 전략적 빈틈을 보완하는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군 관계자들은 “천궁-Ⅲ는 PAC-3, SAMP/T 등 해외 체계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며, 단순 보완이 아닌 실질적 전력 증강”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언돔과의 차이, ‘탄도미사일 대응’에 초점
일각에서는 천궁-Ⅲ를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비교하지만, 실제 성격은 전혀 다르다. 아이언돔은 주로 로켓·박격포탄·단거리 미사일 등 저속 위협을 근거리에서 요격하는 체계다. 반면 천궁-Ⅲ는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등 고속·고난도 표적을 상대하는 중거리 방공 시스템이다. 다시 말해 아이언돔이 ‘방패막’이라면, 천궁-Ⅲ는 보다 높은 고도에서 적의 핵심 무기를 차단하는 ‘중추적 방패’ 역할을 맡는다. 이 때문에 천궁-Ⅲ는 단순히 해외 사례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 한국 안보 환경에 맞춘 독자적 다층 방어 전략의 연장선으로 이해해야 한다.

방산 3사의 협력 구조와 기술적 기대
이번 개발 사업은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의 역할 분담으로 진행된다. 체계종합과 유도탄 개발은 LIG넥스원이 맡고, 다기능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담당한다. 이는 천궁-Ⅱ 사업 때와 유사한 구조지만, 더 높은 요격 고도와 정밀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적 난도가 높아진 만큼 협력 체계의 중요성도 커졌다. 업계는 이번 사업을 통해 레이더 추적 정밀도, 유도탄 기동력, 재장전 속도 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기술은 향후 장거리 요격체계 개발이나 해외 수출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2035년 전력화, KAMD 다층화 완성의 관건
천궁-Ⅲ는 2035년을 목표로 전력화가 추진된다. 사업비는 약 2조 8,300억 원 규모로, 단일 방공 체계 사업으로는 상당한 규모다. 현재 한국은 패트리엇(PAC-2, PAC-3)과 천궁-Ⅱ로 저고도 방어를, 개발 중인 L-SAM으로 고고도 방어를 담당하게 된다. 여기에 천궁-Ⅲ가 합류하면 15~40km 중고도 영역이 본격적으로 보완되면서 KAMD의 입체성이 완성된다. 이는 단순한 요격률 상승을 넘어, 한국이 외부 체계 의존도를 줄이고 자주적인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향후 개발 속도와 안정성 확보가 곧 KAMD 전체 신뢰도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