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무기가 전장으로
한때 ‘미래 무기’라 불리며 실험실 속 기술로만 여겨졌던 레이저 무기가 이제 실제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동식 방공부대를 통해 장거리 공격 드론 요격에 레이저 기반 무기를 실전 배치하기 시작했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우크라이나 FP-1 드론이 비행 중 강력한 광선을 맞고 폭발하는 장면이 포착돼 충격을 주었다. 이는 레이저가 더 이상 실험 단계가 아니라 실전에서 검증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위협적 드론 ‘FP-1’의 약점 노린다
우크라이나 FP-1 드론은 최대 항속거리 1600km, 폭탄 탑재량 120kg에 달해 러시아 후방 깊숙한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로 알려졌다. 기존 방공망으로는 탐지와 요격이 쉽지 않아 러시아 입장에서는 큰 위협이었다.
그러나 레이저 무기는 전자기파를 활용해 즉각적으로 에너지를 투사, 드론의 센서나 동체를 직접 파괴할 수 있다. 저비용·고속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거리 드론 요격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러시아군이 이 무기를 적극 운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향후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략에도 큰 변화를 예고한다.
중국산 레이저 시스템의 정체
우크라이나 언론은 러시아가 사용한 무기가 중국이 개발한 저고도 레이저 방공시스템(LASS)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정물리연구원(CAEP)이 제작한 이 장치는 30㎾급 레이저를 발사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는 1.5km 거리에서 드론을 요격할 수 있다.
여기에 보조 센서와 증폭 장치가 결합되면 최대 3km까지도 표적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학 조준 센서를 통해 목표를 추적하고, 레이저를 집중 발사해 드론의 카메라·센서·동체를 태워버리는 방식이다. 사실상 ‘보이지 않는 화살’이 실전 배치된 셈이다.
우크라이나도 맞불…국산 레이저 ‘트리주브’
러시아만 레이저 무기를 도입한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역시 2024년 4월 자체 개발한 ‘트리주브(삼지창)’ 레이저 시스템을 공개했다. 트리주브는 최대 3000m 거리에서 드론, 유도폭탄, 순항·탄도미사일까지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실제 성능이 입증된다면 러시아의 공격 드론 ‘샤헤드’ 시리즈나 순항미사일 방어에도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대규모 배치 단계는 아니며, 현장 적용 속도에서 러시아에 다소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전쟁의 향방은 누가 먼저 레이저를 안정적으로 실전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글로벌 레이저 무기 경쟁
레이저 무기는 이미 미국·영국·중국·한국 등 여러 나라가 집중 개발 중인 차세대 무기다. 미국은 미 해군의 ‘헬리오스(HELIOS)’ 시스템을 구축하며 함정 방어에 활용하고 있고, 영국의 ‘드래곤파이어(DragonFire)’는 1km 거리에서 동전을 맞출 만큼 정밀도가 뛰어나다.
한국도 차세대 방공망 강화를 위해 고출력 레이저 무기 체계 연구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을 보완하는 ‘아이언 빔(Iron Beam)’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적으로 레이저 무기는 ▲요격 속도 ▲무한 탄약 개념 ▲비용 절감 ▲정밀 공격이라는 장점을 앞세워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를 보완하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전장의 판도를 바꿀 ‘빛의 무기’
레이저 무기가 실전에서 점차 자리 잡는다면, 전장의 판도는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드론이나 유도무기 같은 저가·대량 공격 수단은 레이저 앞에서 취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레이저 방어망을 돌파하기 위해 드론의 속도, 고도, 스텔스 성능을 강화하는 기술 경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레이저 무기는 단순한 무기 체계가 아니라 미래 전쟁의 룰 체인저(rule changer)”라며, 향후 10년 내 대부분의 국가들이 실전형 레이저 무기를 운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결국 이번 러시아의 사례는 레이저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