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도로 한복판에 고립된 집, 새로운 중국 사회의 풍경
최근 중국 장시성 진시현에 위치한 한 2층짜리 주택이 도시 전체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고속도로(G206 순환도로) 한복판에 우뚝 솟아 있는 이 집은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진시의 눈(The Eye of Jinxi)”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주인 예위쇼우는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역 당국의 보상·철거 요구를 거부하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보상 협상 결렬, 뚝심의 주인공이 만들어낸 고독한 공간
이 시작은 2022년 정부가 제시한 160만 위안(약 3억 원 상당)과 2채의 부지 보상안을 예씨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거부하면서 비롯됐다. 예씨는 보상금과 부지를 추가로 요구했으나, 끝내 정부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주변 이웃들은 보상안을 수용하고 이주했지만, 예씨만은 결정을 미루면서 결국 건물이 양쪽으로 도로에 둘러싸인 기이한 풍경이 완성되었다.

고집의 값,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상의 변화
진시현은 최근 몇 년간 강도 높은 도시 개발이 진행되어 왔지만, 2020년대 초 중국 법 개정으로 정부가 공식적으로 소유자 동의 없이 주택을 강제 철거할 수 없게 되었다. 예씨가 끝까지 버티자, 결국 당국은 그 집만 남긴 채 도로를 우회해 개통했다.
집은 거센 소음과 진동에 시달리고, 미세먼지와 안전 위협 속에 예씨 가족은 고립된 삶을 견디고 있다. 예씨는 “돌이킬 수 있다면 그들이 준 조건에 동의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큰 도박에서 진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그는 철거 협상 중 변호사 선임 비용만 10만 위안(약 1,400만 원)을 들였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사회적 반향: “네일하우스”가 던지는 중국식 시민불복의 메시지
이런 ‘네일하우스(딩쯔후, 못집)’ 현상은 단지 예씨의 사연만이 아니다. 강력한 개발 압력과 보상 현실에 불만을 품은 지방 도시 주민 사이에서 비슷한 사례가 속출한다. 네일하우스는 쉽게 뽑히지 않는 못과 같아 강제 개발에 반발하는 시민 저항의 상징이 됐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보상조건을 깎아주지 않으려 시범적으로 도로를 우회해 건물을 남겨두었다는 분석도 있다. 주변 이웃들, 그리고 SNS 상에서는 “지키지 못할 탐욕이 오히려 미래를 어렵게 한다”는 반성의 교훈도 회자된다.

변화된 도시, 변하지 않은 공동체: 더 이상 남지 않은 낭만
“진시의 눈”으로 불리는 이 집은 고속도로 위에 남겨진 낡은 정의이자 현대 중국 개발의 명암을 상징한다. 거대한 도로 위 작은 집은 전통과 현대, 그리고 개인과 국가 권력 사이의 충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시민 불복과 욕망, 그리고 가족의 작은 행복마저도 도시와 국가의 거대한 흥망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한 가정의 고집, 한 도시의 교훈
이 고립된 집 한 채는 “신중국 개발”의 깊은 고민과 한계를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이다. 수천억 예산이 투입된 도로보다 결국 한 가정의 상실감, 그리고 공동체와 인간관계의 균열이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도시는 변하지만 ‘나만의 안식처’라는 꿈, 그리고 그 꿈이 근본적으로 겪을 수 있는 외로움과 후회, 그리고 공동체적 교훈은 오늘날 중국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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