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00년 전 사용된 로마시대의 거대 목욕탕이 8년의 발굴 작업 끝에 전체상을 드러냈다.
스페인 알리칸테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19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로마인들이 사용한 2000년 된 대형 목욕탕을 현재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대형 목욕탕은 8년 전 스페인 남동부 엘체 근교 라 알쿠디아 유적의 고대도시 일리키에서 발굴됐다. 일리키는 기원전 1세기 후반 로마 식민지로 조성됐는데,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이름을 붙여 일리키 아우구스타로 부를 만큼 중요시 됐다.
조사 관계자는 “일리키가 로마 식민도시로 재편된 것은 기원전 44년”이라며 “로마 장군이자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되기 직전 이 도시를 건설하라고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기원전 29~19년 칸타브리아 전쟁에 참가한 퇴역군인들에게 땅을 내주는 형태로 도시 발전이 가속화됐다”며 “군인을 시민사회에 편입하는 로마의 정책이 도시 형성의 기반이 됐다”고 덧붙였다.
목욕탕은 면적이 약 1300㎡로 상당히 넓다. 지금껏 이베리아반도에서 확인된 로마시대 목욕탕 중에서 가장 크다. 시설의 내부 구조는 로마시대 전형적 목욕탕과 같아서 온탕과 냉탕, 중탕, 사우나, 탈의실을 모두 갖췄다.
조사 관계자는 “특히 주목할 시설은 대규모 야외 수영장의 존재다. 고대 수영장은 로마인들의 목욕 의식의 마무리를 위해 만들었고 찬물로 몸을 씻어내는 중요한 공간이었다”며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해 로마 수리공학의 수준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욕탕 바닥에는 로마시대 예술을 상징하는 모자이크 장식이 여러 개 남아 있다. 하나는 대리석을 본뜬 모자이크로, 저렴한 소재로 호화로운 연출을 했다”며 “다양한 꽃과 나무, 소용돌이 등 자연을 모티브로 한 모자이크는 당시 로마 전역에 퍼진 자연주의 예술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마시대 목욕탕은 위생 유지를 위한 시설에 그치지 않고 예술을 즐기거나 사람들과 교류하는 사교장 기능을 했다. 목욕탕의 규모, 바닥 장식, 다양한 시설로 미뤄 연구팀은 일리키가 사회·정치·경제·문화적으로 상당히 번영했다고 추측했다.
다만 이 목욕탕 시설은 3세기에서 4세기에 걸쳐 서서히 이용 빈도가 낮아졌고 6세기에는 완전히 방치된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로마제국 전체가 경제적 어려움과 인구 감소에 직면했기 떄문이다. 다만, 말기에는 규모를 축소한 후 일부 복구가 시도된 흔적도 남아 있어 도시 기능의 유지가 모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점쳤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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