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국영 매체가 공개한 충격적 영상
러시아군이 미국제 장갑차에 러시아와 미국 국기를 동시에 걸고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급습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이 거세다. 현지시간 18일, 러시아 국영 매체 RT는 자포리자주 전선에서 촬영된 장면이라며 해당 영상을 보도했다. 장면 속 장갑차는 미군이 1960년대부터 실전 배치한 대표적인 병력수송장갑차(APC) M113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가 전투 중 러시아군에 노획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가 된 것은 차량에 걸린 미국 국기다. 러시아 국기와 함께 펄럭이는 미국 국기는 마치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한 미국이 도리어 러시아 편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RT는 이 장면을 의도적으로 부각해 보도했으며, 영상은 곧바로 서방 언론에도 확산됐다. 우크라이나군 입장에서는 단순한 전투 행위 이상으로, 심리적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뚜렷한 장면이었다.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직후 공개된 영상
영상 공개 시점 역시 눈길을 끈다. 해당 장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지 불과 사흘 만에 등장했다. 러시아 매체들은 두 정상의 만남을 “10점 만점에 10점”이라 치켜세운 뒤 이번 영상을 내보냈다. 이는 푸틴이 단순히 전선에서의 성과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한층 밀착됐다는 메시지를 우크라이나와 국제 사회에 동시에 발신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자포리자와 헤르손주에서 러시아가 이미 장악한 지역뿐 아니라, 우크라이나군이 아직 지키고 있는 돈바스 일부 지역에서 철수한다면 공습을 중단하겠다는 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이 나온 직후 노획 장갑차에 미국 국기를 걸고 진지를 향하는 영상이 공개된 것은, 협상과 심리전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크라이나 측의 강력 반발과 불신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은 해당 영상을 두고 “명백한 선전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은 SNS를 통해 “러시아는 민간인을 살상하는 전쟁에서 미국의 상징을 모욕적으로 사용했다”며 “이는 적의 엄청난 무례함”이라고 비난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자포리자 전선에서 촬영된 영상은 러시아가 병력을 재배치하고 새로운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노획 장비를 자국 선전에 활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 국기를 내건 장갑차의 돌진 장면은, 우크라이나 군과 국민에게 배신감과 심리적 동요를 유발하기 위한 의도가 명확해 더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푸틴이 전선에서 군사적 압박과 외교적 심리전을 동시에 병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미국과 유럽 정상회의의 팽팽한 기류
이 사건은 워싱턴에서 열린 미·유럽 정상회의와 맞물리며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이 모여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방안을 논의 중이다. 회담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흥미로운 점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사실상 1대 8 회담 형식으로 트럼프와 마주 앉았다는 사실이다. 유럽 정상들이 젤렌스키를 측면 지원하는 모양새였지만, 트럼프는 “푸틴은 답을 찾고 싶어 한다”며 영토 교환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미국의 입장이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영토 회복보다는 현실적 타협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종전 협상 압박과 우크라이나의 선택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직후 “조건 없는 양자 회담을 푸틴과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토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함께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 내부의 반발 여론은 거세다. 특히 전선에서 피를 흘리는 병사들과 희생된 이들의 가족들은, 단순한 영토 포기를 통한 종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 체계 마련을 약속하며 “10일 이내에 문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영상처럼 러시아가 노획 장비에 미국 국기를 걸어 선전전에 활용하는 상황은, 미국의 보증이 과연 실질적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전장의 전투가 단순히 총과 포탄이 아닌, 국기와 상징, 심리전까지 포함한 복합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