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장거리 미사일 ‘플라밍고’ 연말 양산 돌입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한 최장 사거리 무기 ‘플라밍고’ 순항미사일을 연말부터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사거리 3000㎞, 탄두 중량 1.15t에 달하는 이 미사일은 러시아 본토 깊숙한 전략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전력으로, 서방 제공 무기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적 억제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과의 회동에서 “플라밍고는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국산 무기이며 이미 시험발사를 마쳤다. 12월부터는 물량을 늘려 내년 초 대량생산 체제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라밍고는 이미 정부 홍보 채널을 통해 사진이 공개됐고, 시험발사 영상도 전해져 실체가 입증된 상태다.

FP-1 드론과 차별화된 전략무기
플라밍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우크라이나 무인기와 확연히 다른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자폭 드론 FP-1을 하루 100대 이상 양산하며 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FP-1은 대당 5만5000달러 수준의 저비용 무기지만, 최대 1600㎞ 비행과 60㎏ 탄두로 러시아 본토 공격의 60%를 담당하는 핵심 무기다. 반면 플라밍고는 ‘고비용·고효과’ 전략 자산으로, 제한된 수량으로도 대규모 피해를 줄 수 있는 고가치 표적 타격에 특화됐다. 전문가들은 1t이 넘는 탄두와 제트 추진 속도의 조합이 강화 콘크리트 벙커나 대형 군수시설 등 경화 표적 파괴에 최적화돼 있다고 평가한다. 사실상 ‘결정타’를 날리는 전략무기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FP-5와 닮은꼴… 기술적 연관성 의혹
플라밍고의 제원은 글로벌 방산기업 밀라니온 그룹이 개발한 FP-5 순항미사일과 거의 동일하다. FP-5는 사거리 3000㎞, 순항속도 시속 850~900㎞, 탄두 1t급으로 알려져 있으며, 플라밍고 역시 유사한 성능을 보인다.

특히 엔진이 체코제 AI-25TL 터보팬 계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기술적 연결 고리가 제기된다. 해당 엔진은 우크라이나의 모토르시치가 여전히 생산하고 있어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초기 생산분이 분홍색 도료 오류로 칠해지며 ‘플라밍고’라는 별칭이 붙었고, 이후 공식 이름으로 굳어졌다는 사실이다. 외형과 성능의 유사성은 국제 사회에서 플라밍고 개발 경위에 대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하루 7발 목표, 연 2500발 생산 가능?
우크라이나 제조사 파이어포인트는 현재 하루 한 발 수준인 플라밍고 생산량을 오는 10월부터 7발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목표가 달성될 경우 연간 약 2555발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워존은 “우크라이나가 이 같은 양산 능력을 확보한다면 러시아 본토 전역을 겨냥한 대규모 공격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제 증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전시 상황에서 자금, 부품 조달, 러시아의 방공망 대응을 고려할 때 계획대로 생산 속도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밍고는 우크라이나 방산산업의 도약을 상징하는 무기로 자리 잡고 있다.

전략적 함의와 정치적 파급력
플라밍고의 등장은 군사적 의미를 넘어 정치적 메시지로도 읽힌다. 서방의 장거리 무기 지원이 제한적이었던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독자적 장거리 타격 수단을 확보하며 협상 테이블에서 새로운 지렛대를 갖게 됐다. 특히 발표 시점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후라는 점은, 우크라이나가 외부 압박에도 스스로 전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신호를 의도적으로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플라밍고가 향후 전황에서 러시아의 심리적 부담을 크게 높일 뿐만 아니라, 전후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발언권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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