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걀은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 다양한 영양소를 고르게 함유한 대표적인 완전식품이다. 그래서 다이어트, 근육 형성, 성장 발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아무리 영양소가 풍부해도 섭취 방식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며, 특히 생달걀 섭취는 장점보다 위험이 더 클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운동선수나 다이어터가 흰자를 생으로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 습관이 장기적으로는 탈모를 포함한 여러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문제는 단순히 위생적 위험을 넘어, 달걀 흰자 속 특정 단백질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이 체내 비타민 대사를 방해해 모발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아비딘이 비오틴을 가로막는다
생달걀 흰자에는 아비딘(avidin)이라는 단백질이 들어 있다. 아비딘은 체내에서 중요한 비타민인 비오틴(Biotin, 비타민 B7)과 강하게 결합하는 성질을 가진다. 문제는 이 결합력이 지나치게 강해 소화관에서 비오틴이 흡수되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비오틴은 모발과 손발톱, 피부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다. 결핍될 경우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쉽게 빠지며, 손톱이 잘 부러지고 피부 발진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생달걀을 장기간 섭취하면 아비딘의 작용으로 비오틴 결핍이 일어나 탈모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가열하면 아비딘이 변성되어 이런 문제가 사라지지만, 생으로 섭취하면 아비딘은 그대로 활성 상태로 남아있다. 그래서 요리를 거치지 않은 달걀 섭취가 반복될 경우 탈모와 같은 부작용이 보고되는 것이다.

실제 사례와 연구 결과
비오틴 결핍과 생달걀 섭취의 연관성은 오래전부터 학계에서 보고됐다. 20세기 초반 실험에서 흰자를 매일 생으로 섭취한 동물에게 탈모, 피부염, 성장 장애가 나타났다는 결과가 있었다. 이후 사람에게서도 유사한 사례가 보고되면서, 생달걀 섭취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탈모 위험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또한 2015년 미국 영양학 저널에서는 달걀 흰자를 장기간 생으로 섭취한 일부 운동선수들에게서 비오틴 결핍 증상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었다. 증상은 머리카락이 약해지고 빠지는 탈모, 눈가와 입가의 피부 발진, 신경 예민 등이었다. 조리된 달걀을 먹은 그룹에서는 이런 현상이 발견되지 않아, 아비딘이 가열로 비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위생 문제까지 겹치면 위험은 더 커진다
생달걀 섭취가 위험한 이유는 비오틴 결핍뿐 아니라 위생 문제도 있다. 대표적으로 살모넬라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살모넬라균은 달걀 껍데기 표면이나 내부에 존재할 수 있으며, 고열 조리로는 쉽게 사멸되지만 생으로 먹으면 그대로 체내에 들어온다. 감염 시에는 설사, 구토, 복통, 발열 같은 식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청소년이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특히 감염에 취약하다. 따라서 생달걀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습관은 탈모 위험뿐 아니라 감염성 질환까지 겹쳐 건강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달걀이 아무리 좋은 식품이라 해도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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