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튜브나 SNS에서 짧은 영상 콘텐츠인 ‘쇼츠’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짧게는 15초, 길어야 1분 내외의 영상이 빠르게 전환되며, 자극적인 화면과 밝은 색상이 눈을 집중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빠른 템포의 영상은 오히려 눈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시선이 빠르게 이동하고 화면 전환이 잦다 보니 눈의 조절근이 쉴 틈 없이 움직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피로가 가중된다. 긴 글이나 영화보다 짧은 영상이 덜 부담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집중과 초점 변화가 잦아 눈에 더 강한 자극이 된다.
의학적으로도 ‘짧은 시간 고강도 집중’이 누적될 경우 안구 건조와 근육 피로를 더 빠르게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다. 즉, 영상 길이가 짧다고 해서 눈에 무리가 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극이 빠르고 강렬한 영상일수록 피로 누적은 심해질 수 있다.

눈 깜빡임 감소와 안구 건조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집중해 볼 때는 평소보다 눈 깜빡임 횟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정상적인 경우 1분에 15~20회 정도 깜빡이지만, 쇼츠나 게임 같은 고집중 활동 중에는 5~7회까지 떨어진다. 깜빡임이 줄면 눈 표면을 덮는 눈물막이 쉽게 증발해 안구 건조 증상이 빠르게 진행된다.
국내 안과학회 연구에서도, 쇼츠 영상을 1시간 시청한 후 눈물막 파괴 지표가 평균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눈이 심각하게 건조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건조가 반복되면 각막에 미세한 손상이 생기고, 장기적으로는 만성 안구건조증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눈의 조절근 피로와 초점 불안정
짧은 영상은 장면 전환이 빠르기 때문에 눈의 수정체를 움직이는 모양체근이 끊임없이 작동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눈의 조절력이 떨어지고, 초점을 맞추는 데 시간이 길어지면서 흐려 보이거나 두통이 동반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이나 젊은 층은 조절력이 강하다고 생각해 쉽게 무시하지만, 오히려 과사용으로 인해 근시 진행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일본 도쿄 의과대학 연구팀은 짧은 영상을 집중적으로 시청한 그룹에서 일반 영화나 텍스트를 본 그룹보다 안구 조절근 피로 지표가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는 영상의 길이가 짧더라도, 눈 근육은 오히려 더 혹사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뇌 피로와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눈의 피로는 단순히 시각 기관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시각 자극은 뇌의 피질 영역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눈이 피곤하면 뇌도 동시에 피로해진다. 짧은 영상은 강렬한 시각적 정보와 소리를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뇌의 보상 회로를 과도하게 자극한다. 이로 인해 순간적인 집중은 높아지지만, 시청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두엽의 피로가 누적되며 집중력이 떨어진다.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짧은 영상 콘텐츠를 1시간 이상 본 후 인지 기능 테스트를 실시했을 때, 작업 기억과 주의력이 감소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이는 단순히 눈 건강 문제가 아니라 학습 능력이나 업무 효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눈 건강을 지키는 실천 방법
쇼츠 시청이 일상이 된 만큼,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은 20-20-20 법칙이다. 20분마다 20피트(약 6m) 떨어진 곳을 20초간 바라보는 습관은 눈 근육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 영상을 볼 때 의도적으로 자주 깜빡이거나, 인공눈물을 사용해 눈물막을 보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청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다. 짧은 영상은 “조금만 본다”는 생각으로 시작해도 금세 1시간 이상 이어질 수 있다. 눈이 피곤해지기 전에 시간을 제한하고, 주기적으로 휴식을 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눈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작은 관리가 장기적인 시력 건강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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