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족 위로와 ‘속죄’ 발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사한 파병군 유가족들을 직접 만나 허리를 숙이며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신문은 29일 김 위원장이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유가족 위로 행사에 참석했다고 전하며, 김 위원장이 “쓰러진 군인들을 끝내 지켜내지 못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안고 있다.
유가족 모두에게 다시 한번 속죄한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특히 “떠나간 병사들이 가정과 아이들을 나에게 맡겼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국가와 군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잘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별거리와 전투위훈기념비 건립 계획
김 위원장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구체적인 기념 공간 조성 계획도 발표했다. 그는 “평양 대성구역에 전사자 유가족들을 위한 새로운 거리를 만들고, 그 이름을 ‘새별거리’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수목원 인근 명당자리에 열사들의 유해를 안치하고 전투위훈기념비를 세울 것”이라며,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보훈 사업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이러한 발표는 전사자의 희생을 공식적으로 기념하고, 유가족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유가족에 직접 초상 전달하며 허리 숙여
행사에서 김 위원장은 전사자들의 초상을 유가족들에게 직접 전달하며 예우를 표했다.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인공기로 감싼 전사자 초상화를 하나하나 유가족에게 건네며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장면이 담겼다.
어린 자녀들을 끌어안고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도 보도됐다. 이는 통상적인 북한식 지도자 이미지와 달리, 김 위원장이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혁명학원 입학 약속과 체계적 지원 언급
김 위원장은 유가족의 자녀들을 혁명학원에 보내 국가가 책임지고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혁명학원은 과거 한국전쟁 이후 전몰군인 유자녀들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 교육기관으로, 엘리트 군·정 간부를 길러내는 핵심 제도적 장치다.
김 위원장이 이 제도를 다시 강조한 것은 단순한 위로 차원을 넘어 유가족들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고 충성심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파병 장기화와 희생 확대에 따른 내부 결속 강화
이번 행사는 앞서 22일 국가표창 수여식 이후 추가로 포상되지 못한 전사자들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최근 대규모 보훈 행사를 연이어 개최하며 파병 장기화와 막대한 희생에 따른 민심 이반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노동신문은 당 중앙위 청사에 설치된 추모의 벽에 101명의 전사자 초상을 공개했으나,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군 전사자가 약 600명, 총 사상자가 4,700명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실제 희생 규모는 북한 발표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푸틴과의 회담 앞두고 정치적 계산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유가족과 전사자 기념을 강조한 것은 단순한 보훈 행위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이 짙다고 평가한다. 오는 9월 중국 전승절 행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을 앞두고 북한군의 희생을 부각시키며 파병 대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것이다.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외부 협상에서 ‘피의 대가’를 주장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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