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새벽, 목이 말라 잠에서 깼습니다.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와 거실로 향하는데, 짙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 날카롭게 번뜩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희미한 달빛 아래, 그건 바로 우리 집 고양이 ‘망고’였습니다.
망고는 평소처럼 바닥에 엎드려 있거나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녀석은 마치 사람처럼 두 발을 축 늘어뜨린 채 서랍장 위에 걸터앉아 있었습니다.
두 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고, 머리 위로는 악마의 뿔처럼 뾰족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내 심장은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망고의 눈빛은 마치 밤새 남자친구를 감시하듯,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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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너 어젯밤에 뭘 잘못했는지 다 알고 있어.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확고해.’라고 말하는 여자친구 같았습니다. 그 섬뜩함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조용히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망고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나를 뚫어지라 쳐다봤습니다.
녀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천연덕스럽게 앉아 있었지만, 나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습니다. 새벽의 고요함은 녀석의 기이한 모습으로 인해 깨져버렸고, 나는 물을 마시는 것도 잊은 채 침대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침이 되어 평온하게 자고 있는 망고를 보며 어제의 일이 꿈이었나 생각했지만, 핸드폰에 남아 있는 사진 한 장이 어제의 기이한 경험이 현실이었음을 증명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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