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컵에 물을 넣고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물 분자가 빠르게 진동하면서 열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물은 짧은 시간 안에 끓기 시작하고, 100℃ 가까운 온도가 된다. 뜨거운 물은 세균의 단백질 구조를 변성시켜 죽게 만든다.
병원에서 쓰는 고온 멸균과 원리는 다르지만, 컵 속에 남아 있던 세균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의 열이 발생한다. 그래서 세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전자레인지 가열만으로 위생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수증기가 냄새의 근원을 없앤다
컵에서 나는 꿉꿉한 냄새는 대부분 세균의 대사 산물이나 음식물이 남아 부패하면서 발생한다.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물이 수증기로 변해 컵 내부를 골고루 채운다. 뜨거운 수증기는 냄새 입자를 분해하고, 컵 벽면에 남은 기름 성분까지 불려 제거하기 쉽게 만든다.
특히 수증기는 냄새 분자를 휘발시켜 공기 중으로 날려 보내므로, 컵 자체에서 냄새가 사라지는 효과가 생긴다. 단순히 냄새를 덮는 것이 아니라 근본 원인을 없애는 것이다.

습열 소독의 장점
세균은 건조한 열보다 습한 열에 훨씬 취약하다. 고온의 수증기는 세균의 세포막을 빠르게 파괴하고, 단백질을 응고시켜 생존을 막는다. 컵 속 물이 끓어 증기로 바뀌면 미세한 틈새까지 침투해 표면에 붙어 있던 세균까지 제거한다.
이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고압증기멸균기(autoclave)의 원리와 비슷하다. 물론 가정에서는 압력이 걸리지 않지만,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소독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짧은 시간에도 효과가 큰 이유
많은 사람은 살균과 청결을 위해 오래 가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자레인지에서는 물이 직접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열 전달이 빠르다. 1분 정도면 물이 급격히 가열되어 세균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동시에 컵 안쪽에 남은 찌꺼기나 냄새 성분이 수증기와 함께 분해·탈착되므로 청결도가 크게 향상된다. 짧은 시간으로도 위생과 냄새 제거가 동시에 가능한 건 전자레인지만의 특성 때문이다.

안전한 활용을 위한 주의사항
컵을 전자레인지에 돌릴 때는 물을 반드시 일정량 이상 넣어야 한다. 물이 적으면 컵 자체가 과열돼 깨질 수 있고, 뚜껑을 꽉 닫으면 수증기 압력이 높아져 폭발 위험이 있다. 따라서 컵의 3분의 1 정도 물을 채우고 개방된 상태에서 돌리는 것이 안전하다.
가열이 끝난 뒤에는 컵이 뜨거우므로 장갑을 끼고 꺼내는 것이 좋다. 이 과정을 주기적으로 하면 컵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고, 세균 번식으로 인한 냄새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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