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계란을 보면 껍데기에 숫자와 글자가 적혀 있다. 많은 사람이 유통기한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계란 껍데기에는 생산지, 농가 코드, 그리고 ‘사육환경번호’까지 기록돼 있다. 이 중 마지막 숫자가 바로 닭이 어떤 환경에서 길러졌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단순한 표기가 아니라, 소비자가 계란의 생산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사육환경번호의 네 가지 구분
사육환경번호는 1번부터 4번까지 있다. 1번은 닭이 바깥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방사 사육, 2번은 실내지만 닭이 바닥에서 활동하는 평사 사육, 3번은 기존 철창을 개선해 어느 정도 공간을 확보한 개선형 케이지, 4번은 좁은 철창에 닭을 가둔 전통적 케이지 사육을 의미한다. 숫자가 낮을수록 닭의 생활 조건이 좋고, 활동성이 높다. 결국 이 숫자는 단순한 환경 표시가 아니라 동물복지와 직결되는 기준이다.
동물복지와 계란 품질의 상관관계
닭의 사육 환경은 단순히 복지 문제를 넘어 계란의 품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좁은 케이지에서 자란 닭은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운동 부족으로 건강이 약해진다. 반대로 방사 사육 닭은 햇빛을 쬐고, 땅을 긁으며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므로 면역력이 높고, 계란의 영양 성분도 더 안정적이라는 보고가 있다.
특히 오메가-3 지방산과 비타민 D 함량은 방사 사육 계란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즉, 사육환경번호는 소비자 건강과도 무관하지 않다.
소비자의 선택이 만드는 변화
사육환경번호 제도는 소비자가 동물복지와 식품 안전을 고려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도입된 것이다. 물론 1번이나 2번 계란은 가격이 높지만, 이는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란 닭의 관리 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방사 사육 계란을 선호하면서, 일부 대형 유통업체는 기존 케이지 계란의 판매를 줄이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이 곧 생산 구조를 바꾸는 힘이 된다는 점에서, 이 제도의 의미는 크다.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기준
계란의 신선도와 안전성은 위생 관리와 유통 과정에도 달려 있지만, 사육환경번호는 닭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유일한 단서다. 따라서 계란을 고를 때 단순히 가격이나 유통기한만 보지 말고, 사육환경번호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개인 건강 차원을 넘어 동물복지와 지속 가능한 농업을 지지하는 소비 행위다. 작은 숫자 하나가 계란의 품질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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