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지속된 ‘연비 조작’ 폭로
일본 방위산업이 또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가와사키 중공업이 20년 이상 잠수함 디젤엔진의 연비 성능 데이터를 조직적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회사가 제조한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은 소류급과 타이게이급 대부분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사실이라면 1980년대부터 이어져 온 자체 개발 시스템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진 사건이다.
데이터 ‘멋대로 변경’, 시스템적 부정의 흔적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가와사키는 방위성으로 제출한 엔진 연비 데이터를 실제보다 좋게 조작해 허위 보고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 후 시운전을 거쳐 확인해야 할 성능 수치를 임의로 수정해 제출했다는 의혹이다. 이러한 조작은 COVID로 촉발된 일시적 부정이 아니라, 20년에 걸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부정 행위로 판단된다.
고급잠수함 엔진, 제대로 된 신뢰 기반인가
가와사키는 일본 잠수함 엔진 기술의 사실상 독점 공급자로서, 방위청과 협업해 핵심 전력에 핵심 장비를 제공해 왔다. 총 25척의 해상자위대 잠수함 중 절반에 가까운 수량에 엔진을 제공했으며 이는 소류급의 AIP 시스템부터 최신 타이게이급까지 포괄한다.
이들 함정의 운용 신뢰도가 데이터 조작으로 훼손되었다는 사실은 전력 전체의 안전성에 치명적인 타격이다.
연이은 엔진 스캔들…민간까지 번진 부정의 그림자
이번 잠수함 엔진 조작 의혹은, 가와사키가 2024년 8월 선박용 엔진의 연비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후 확산된 문제다.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용 엔진에서도 동일한 조작이 확인되며, 군용 엔진부터 민간 상선 엔진까지 ‘줄줄이 연관된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조사하는 특별조사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연내 보고서로 제출할 예정이며, 조작의 광범위성을 시사하는 상황이다.
구조적 병폐, 일본 방위품질의 위기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 조작은 경쟁 압박에 따른 납기 실패 회피, 단기 이익 우선, 내부 동조 압력 등 기업 문화적 병폐에서 기인했다. 특히 부정이 조직 내 당연시되는 환경은 일본 기업문화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한편 방위성의 감독 부재도 비판 대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산 시스템 전체 신뢰가 훼손됐다며, 구조적 변화 없이는 재발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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