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였던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손을 잡은 이유
한국 방산계에서 오랫동안 최강의 라이벌로 군림해온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 합동으로 입찰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두 업체는 과거 호주 함정 수출과 국내 구축함 사업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한국경제까지 언급할 정도로 “어느 기업이 한국을 대표하느냐”는 논쟁이 일기도 했다. 또한 기밀 유출 소송까지 오갔던 두 회사가 이번엔 공동으로 캐나다 해안에 정비 시설까지 세우면서 협력 체제를 제안한 점은 국익을 위한 전향적 조치로 평가된다.
KSS‑III 잠수함이 캐나다의 관심을 받은 핵심은 전투 시스템
캐나다가 한국 잠수함을 주목한 핵심 이유는 100% 국산 전투관리시스템에 있다. CBC는 KSS‑III의 강점으로 군사 주권을 중요시하는 캐나다의 니즈와 부합하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산 시스템은 종종 운용 승인에 미국의 제약이 따르고 원격 제어 가능성까지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면 한국의 시스템은 캐나다가 완전하게 자주 운용할 수 있고, 자체 시스템과의 유연한 통합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KSS‑III 잠수함 성능, 디젤 잠수함의 새 기준
KSS‑III는 3,600톤급 디젤-전기 잠수함으로, 어뢰 및 탄도미사일 모두 발사 가능하다. 가장 놀라운 것은 삼성SDI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활용해 연속 잠항 21일까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반 디젤 잠수함이 2~5일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도약이다. 긴 잠항 시간은 스노클 사용 최소화로 적 탐지를 줄이며 은밀한 작전 능력을 강화한다. 이는 캐나다 방어 요구와 전략적 유연성에 부합하는 혁신이다.
직접 제조·납기 단축에서 보여주는 차별화 전략
한국 측 제안에는 6년 내 3척 동시 건조, 캐나다 내 정비 시설 설립 계획이 포함됐다. 일반적으로 잠수함 납품엔 약 9년이 소요되지만 이를 6년으로 단축하겠다는 약속이다. 캐나다가 최근 수상함 건조비 상승으로 신뢰성과 가격을 검증할 수 있는 제안을 선호한다는 점 역시 한국 제안을 돋보이게 한다. 또한 한국은 민간과 군함 건조를 병행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 인력과 시설 기반을 갖춘 드문 사례다.
잠수함 수출에서 한국 방산의 새로운 전환점
캐나다 왕립해군의 고위 인사가 한국 조선소에서 3척 병행 건조 현장을 견학한 것은 한국 제안에 대한 신뢰와 관심을 반영한다. 글로벌 시장이 한국산 전투관리 시스템과 유연한 협상 자세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디젤 잠수함 생산 여력이 부족한 반면, 한국은 SLBM 등 자체 무기체계까지 통합 지원 가능한 강점을 갖췄다. 특히 트럼프 재선 시 비미국 무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환경에서, 이번 60조원 규모의 수주는 한국 방산이 독립적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리 잡기 위한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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