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수를 페트병째로 마시는 건 많은 사람이 습관처럼 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행동 하나로 병 속은 급격히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뀐다. 사람의 입에는 수천 종의 세균이 서식하고 있는데, 입을 대고 마시는 순간 이 세균들이 병 입구와 물 속으로 옮겨지게 된다.
특히 침 속에 포함된 세균은 수분과 온기를 만나면 빠르게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다. 병 속의 물이 외부 공기와 닿으면서 산소까지 공급되면, 병 안은 일종의 미생물 배양실로 바뀌게 된다. 마셨던 생수를 다시 다음날 마시는 건 전날 입안 세균을 그대로 키워 마시는 셈이다.

시간 지나면 세균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입을 댄 생수는 냉장 보관하더라도 24시간 안에 세균 수가 수천에서 수만 CFU(군집형성단위)까지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병을 따서 마신 뒤 그대로 실온에 두면 6시간 만에 세균 수가 수백 배로 증가할 수 있다. 실온은 미생물이 자라기 가장 좋은 온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페트병 속에서 자주 검출되는 균은 포도상구균, 스트렙토코쿠스(연쇄상구균), 녹농균 같은 인체에 유해한 균들이다. 이들은 모두 입안에 원래 존재하는 세균이지만, 대량으로 섭취할 경우 장 건강은 물론 면역 기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면역이 약한 사람에겐 더 위험하다.

페트병 생수의 구조가 세균에 유리한 이유
페트병 생수의 입구는 좁고, 안쪽은 굴곡이 많기 때문에 세균이 쉽게 붙고 남기 쉬운 구조다. 특히 병을 눌러서 마신 후 다시 공기가 들어가면, 외부 공기 중에 있는 미세먼지나 박테리아도 함께 유입될 수 있다. 이 구조적인 특성 때문에 입을 대고 마시는 순간부터 내부 환경은 오염되기 시작한다.

또한 생수는 멸균 상태가 아니라 ‘무균에 가깝게’ 처리된 수준이다. 생수의 미생물 기준은 엄격하긴 하지만, 개봉 이후에는 외부로부터의 오염을 막을 수 있는 방어장치가 전혀 없다. 미세한 구강세균이라도, 병 안에서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입대고 마신 생수, 반복 섭취가 위험한 이유
한 번 입대고 마신 생수를 며칠에 걸쳐 나눠 마시는 경우, 입안에서 나온 세균들이 수차례에 걸쳐 다시 체내로 들어오게 된다. 이런 반복은 평소 건강한 사람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 건강이 약하거나 위산 분비가 떨어진 사람에겐 감염성 위장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엔 실온 보관만으로도 세균 번식 속도가 빨라지고, 이로 인해 설사, 복통, 구토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구강 내 세균이 장까지 내려가면, 장내 미생물 균형도 무너질 수 있다. 입에 닿은 물은 ‘더러운 물’이 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어떻게 마시는 게 가장 안전할까?
생수는 가능한 한 컵에 따라 마시거나, 입을 대지 않은 채 따로 덜어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부득이하게 병째로 마셔야 할 상황이라면, 마신 후 반드시 냉장 보관하고, 가능한 한 12시간 이내에 다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 그 이상 시간이 지나면 미생물 증식 속도가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병 입구는 자주 닦아주고, 여러 사람이 함께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아이들이 마신 생수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면역력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어린이는 세균 증식된 생수만으로도 장염 증상이 쉽게 올 수 있다. 위생적으로 마시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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