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승절 참관 중 감행된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참관하던 같은 시각,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야간 공습을 감행했다.
이번 공격은 단순한 군사 작전을 넘어 서방 세계를 향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대규모 무인기와 미사일을 동원하며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기반 시설을 동시에 타격했다.

502대 드론과 미사일 24발…끝나지 않은 폭격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투입한 드론 502대 중 430대를 요격했으며, 발사된 미사일 24발 중 21발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은 일부 공격은 성공적으로 타격에 도달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총 14개 지점이 공격을 받았고, 이는 중부와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민간인 생활과 기반 시설에 심각한 피해를 남겼다. 러시아가 단순히 전선에서의 압박을 넘어 후방 깊숙한 곳까지 공습을 확대한 것이다.

민간 피해 확산…주택·전력·교통망 마비
AFP 통신에 따르면 중부 키로보흐라드주 즈나미얀카에서는 철도 노동자 4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철도 운행은 7시간 이상 지연됐다. 주택 28채가 파손됐고, 서부 체르니히우주에서는 전력 공급망이 공격을 받아 3만 명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흐멜니츠키 지역에서는 아파트와 대중교통 시설이 화재와 폭격으로 큰 손상을 입었으며, 이바노프란키우스크에서는 9천㎡ 규모의 저장 시설이 불길에 휩싸이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단순한 군사 시설 타격이 아닌 민간 생활 전반을 겨냥한 공습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푸틴, 반(反)서방 전선 과시…그러나 동시에 강공
이 같은 공습은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김정은과 함께 서방에 맞서는 ‘반(反)서방 연대’를 과시하던 시점에 맞춰 감행됐다. 세 정상은 톈안먼 망루에서 함께 열병식을 지켜보며 군사적 협력과 정치적 연대를 과시했다.
그러나 동시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을 강타하는 폭격을 진행하며, 전승절 기념일을 서방에 대한 무력 시위의 장으로 활용했다. 이는 푸틴이 중국과 북한을 포함한 우방국 정상들과의 연대를 국제 무대에서 드러내는 동시에 실제 전장에서의 강공으로 이어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명백한 과시적 공격”…국제사회에 경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러시아의 야간 공습은 전적으로 과시적 성격을 띤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푸틴이 전승절을 명분으로 면책 특권을 과시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분명하고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젤렌스키는 이번 공격이 단순한 군사적 행위가 아니라 세계를 향한 도발적 메시지라는 점을 지적하며, 서방의 더 큰 지원과 단결을 촉구했다.

전쟁 장기화 속 러시아의 전략 변화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병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 드론과 미사일에 의존하는 공격 패턴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502대 규모의 드론 공습은 그 상징적 사례다. 러시아는 전면전 3년 차에 접어들며 병력과 장비의 소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무인 전력을 통한 ‘저비용·고위력’ 전략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민간 피해가 극심해질수록 국제사회의 고립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베이징 전승절 행사장에서 서방을 겨냥한 푸틴의 정치적 연출은, 동시에 우크라이나 후방을 초토화시키는 무력 시위와 맞물리며 러시아의 ‘양면전략’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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