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가 모두 비만일 경우, 자녀가 비만해질 확률은 일반 가정보다 약 4~5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건 존재한다. 이건 단순히 외형을 닮는 차원을 넘어, 체중 조절에 영향을 주는 특정 유전자가 세대를 통해 유전되기 때문이야. 대표적인 예로 FTO 유전자는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고, 지방 축적에 유리한 체질로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방세포의 성장 속도나 대사 작용의 효율성도 유전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같은 양을 먹어도 쉽게 살이 찌지 않지만, 유전적으로 대사가 느리거나 지방을 잘 축적하는 체질이라면 체중 관리가 어려운 구조가 된다. 이런 신체 구조는 대부분 부모에게서 물려받게 되므로, 비만 가족력은 체질적 위험 요소로 작용하는 거다.

유전자는 환경에 따라 켜지거나 꺼질 수 있다
최근엔 단순한 유전뿐만 아니라, 후성유전학(epigenetics)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이건 유전자의 변화 없이도 생활습관이나 환경 요인에 의해 유전자의 발현 여부가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고지방·고당분 식습관을 유지한 채 임신이나 출산을 경험할 경우, 자녀에게 비만 유전자가 더 활발하게 작동될 확률이 커진다.
실제로 산모의 혈당 수치, 체지방량, 염증 상태가 태아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많다. 즉, 부모가 어떤 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자녀는 이미 ‘살찌기 쉬운 몸’을 가지고 태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부모의 몸 상태는 단순히 외형의 유전이 아니라, 자녀 건강 전반에 영향을 주는 환경적 유전까지 포함된다.

식습관과 행동 패턴은 무의식적으로 모방된다
부모가 뚱뚱하다면 자녀가 따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환경적 요인도 크다.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식습관, 운동 습관, 활동량 등이 자녀에게 그대로 학습되기 때문이다. 자녀는 부모가 어떤 식사를 하고, 어떤 간식을 먹으며, 운동을 어떻게 회피하는지까지 모두 관찰하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야식과 단 음식을 자주 먹고 TV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환경이라면, 자녀 역시 그런 생활을 정착시키게 된다. 결국 유전적 요인과 행동적 모방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비만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부모가 건강한 몸을 만들고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자녀도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학습하게 되는 구조다.

비만 체질은 대사 기능까지 닮는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호르몬, 혈당 반응, 인슐린 민감도, 기초대사량 등의 생리적 반응도 닮는 경향이 있다. 즉, 단순히 외형이나 식습관만 비슷한 게 아니라, 몸이 음식을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비슷하게 작동한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자녀는 부모와 같은 음식을 먹어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방을 저장하거나, 혈당이 쉽게 상승하는 구조가 된다.
더 나아가 렙틴, 그렐린 같은 식욕 조절 호르몬의 민감도도 유전적으로 닮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배고픔을 느끼거나 포만감이 빨리 오지 않는 특징을 공유하게 된다. 이 상태에선 의식적인 식이조절이 없으면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상당히 높다. 결국 유전은 단지 겉모습이 아니라 몸의 기능적 반응까지 유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비만 체질은 ‘가정 전체의 건강 패턴’으로 봐야 한다.

예방은 가능하다, 가정의 변화가 먼저다
부모가 비만이라고 해서 자녀가 무조건 비만해지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유전은 가능성일 뿐이고, 환경이 그 가능성을 실현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따라서 예방을 위해선 가정 내에서 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활동, 긍정적인 신체 이미지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아이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기보다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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