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키워준 해양 강국의 변심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방산 협력은 오랜 기간 ‘파트너십 성공 사례’로 불렸다. 2011년 인도네시아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과 DSME-1400형 잠수함 9척 도입 계약을 체결했으며, 1차로 3척을 먼저 발주했다. 이 가운데 3번함 ‘알루고로(Alugoro)’는 한국의 기술 이전을 통해 인도네시아 국영 조선소 PT PAL에서 건조되었고, 이는 동남아 최초의 잠수함 자체 조립 사례로 기록되었다. 당시 한국은 용접, 전자제어, 수중 추진체계 등 핵심 기술을 이전하며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했지만, 그 신뢰는 3번함 인도 이후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2019년에 체결 약속을 한 2차 잠수함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기술 이전 후 손절’, 달라진 인도네시아의 태도
문제의 핵심은 기술 이전 이후 인도네시아의 태도 변화다. 우리 정부는 계약 연장과 추가 협상을 추진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아무런 회신 없이 연락을 끊었다. 그 사이 인도네시아 언론들은 “PT PAL이 독자적 잠수함 건조 기술을 확보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PT PAL은 “AIP(공기불요추진) 시스템과 리튬이온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독자 잠수함 12척을 자국 기술로 건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PT PAL이 자체 기술로 잠수함을 설계할 수준은 아니며, 한국에서 제공한 DSME-1400의 설계도와 노하우를 그대로 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한국 기술을 이전받은 뒤 ‘먹튀’한 셈이다.

반복되는 ‘KF-21 사태’의 데자뷔
이번 사태는 과거 KF-21 공동개발 과정에서의 갈등을 떠올리게 한다. 인도네시아는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국으로 참여했지만, 분담금 납부를 지연하거나 감액을 요구하며 협력 신뢰를 훼손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이 요구한 1조 7천억 원의 분담금 중 절반도 채 납부하지 않은 채 기술 이전과 관련 자료만 받아갔던 사례가 있다. 특히 2024년에는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KF-21 관련 핵심 데이터를 반출하려다 적발되어 논란이 확산됐다. 이후 자국 언론이 “기소 중지” 결정을 보도하자, 현지에서는 오히려 ‘기술 독립 달성’이라는 자화자찬식 기사까지 등장했다. 두 사업 모두 ‘기술은 받고 책임은 회피’하는 인도네시아의 방산 협력 패턴을 여실히 보여준다.

PT PAL의 독자 노선 선언과 국제적 논란
이번에 PT PAL이 잠수함 독자 개발을 공식화하면서 국제 방산 시장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PT PAL은 “한국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차세대 잠수함 12척을 인도네시아 해군에 공급하겠다”며 자체 AIP 추진체계와 리튬 배터리 기반 설계를 공개했다. 그러나 실상은 2011년 계약 시 한국으로부터 이전받은 설계 구조와 엔지니어링 매뉴얼을 기반으로 한 변형 모델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는 한국 해군의 장보고급 설계를 토대로 만든 DSME-1400의 핵심 제원을 변경하지 않은 채 명칭만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일부 ‘편법적 모방 개발’은 국제 방산기술 협약상 지식재산권 침해 논의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대응과 외교적 부담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인도네시아의 기술 전용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으나, 공개적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은 피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국이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만큼 조속히 신뢰 회복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국내 방산업계는 사실상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당초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2차분 3척 건조계약을 통해 약 1조 3천억 원대의 추가 수익을 기대했으나, 협상 중단으로 프로젝트가 전면 무산됐다. 또한 PT PAL이 한국 기술 기반으로 자체 조선 역량을 확보하게 된 점은 향후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의 수출 경쟁에서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불신이 초래한 방산 협력의 교훈
인도네시아는 현재 북한과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한국 정부와 미국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국의 잠수함·전투기 기술이 제3국으로 이전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외교적 충돌을 피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의 방산 기술 보호 체계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와의 방산 협력은 신중해야 하며, 향후 모든 기술이전 사업은 엄격한 지식재산권 조항과 단계별 검증 체계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번 흔들린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이번 잠수함 사건은 한국이 ‘믿음의 대가’를 치른 사례로, 향후 방산 수출 정책의 근본적 방향을 다시 세워야 할 경고 신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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