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서쪽 끝, 한림 앞바다에 작은 섬 하나가 떠 있다. 지도를 펴보면 손톱만 한 크기지만, 섬 안에선 바람이 방향을 바꾸고, 시간은 본섬 보다 더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곳이 제주도 숨은 명소인 비양도다.
비양도는 제주 화산섬 중에서도 ‘막내 섬’이라 불린다.가장 나중에 형성된 화산체로, 섬의 중심에는 두 개의 분석구가 자리하고, 그 주변을 따라 0.5㎢ 남짓한 땅이 원을 그리듯 펼쳐져 있다.
걸어서 두세 시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만큼 작지만, 그 안에 담긴 풍경은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섬의 해안은 대부분 검은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곳곳에 오래된 화산탄이 흩어져 있다. 그중에는 무려 10톤 규모, 지름이 5m에 달하는 초대형 화산탄도 있다. 제주에서 가장 큰 규모로, 수천 년 전 대지의 숨결이 그대로 굳어버린 듯한 압도감이 있다.
바닷길을 따라가면 자연이 만든 조각품 같은 바위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아이를 품은 듯한 형상의 ‘애기업은돌’, 코끼리 형상을 닮은 ‘코끼리 바위’, 그리고 바닷물이 드나드는 염습지 ‘필랑못’까지, 섬의 한 바퀴를 도는 동안 마치 지질공원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섬 한가운데 비양봉 전망대에 오르면 하얀 등대가 길을 안내한다. 그곳에 서면 한림항과 협재 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날씨가 맑은 날엔 멀리 한라산 능선이 선명하게 보인다. 섬의 가장 높은 지점이지만, 그곳에선 오히려 세상과 가장 멀어진 듯한 고요함이 감돈다.
또한 돌담길에는 조개껍데기를 예쁘게 칠한 색돌이 박혀 있고,길가엔 소라껍데기가 포인트처럼 놓여 있다. 어디에서나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도 비양도의 색이 담긴다.

비양도는 ‘백패킹 성지’라는 별칭답게,작지만 섬 전체가 캠퍼처럼 느껴질 만큼 자연과 가깝다. 바다와 맞닿은 평평한 초지 등 1~2인용 텐트를 치기 좋은 구간이 곳곳에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비양봉 아래 해안가. 뒤로는 검은 용암지대, 앞으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어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백패커들이 “이 맛에 비양도 온다”고 말할 정도로 풍경은 가히 압도적이다.

한림항에서 배로 단 15분, 하루 네 번 왕복하는 여객선이 이 고요한 섬과 세상을 이어준다. 하지만 파도가 거세면 운항이 중단되기도 하니, 방문 전 반드시 기상 상황을 확인하는 게 좋다.
✔단, 섬의 대부분 구역이 자연보호지역이기 때문에 취사 및 불 사용은 금지. 쓰레기 되가져가기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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