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가을 오후, 은행잎이 천천히 흩날리는 정원 한가운데 오래된 집이 있다. 기둥은 굽었고, 기왓장은 빛이 바랬지만 그 안엔 세월이 아닌 품격이 깃들어 있다.
산자락 아래, 조선 선비의 정신을 고스란히 품은 금시당과 백곡재가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마당엔 440년을 버텨온 은행나무 한 그루가, 조용히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엔 밀양 관광지 금시당과 백곡재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금시당·백곡재 주소: 경상남도 밀양시 활성로 24-183
금시당
-조선의 선비가 머물던 집

금시당(今是堂)은 조선 명종 때 학행이 높았던 이광진(李光軫, 1513~1566) 선생이 만년에 학문과 수양을 위해 지은 별서다. 1566년에 처음 세워졌지만,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후손들이 다시 복원했다.
지금의 건물은 1867년, 10대손 이종원과 11대손 이용구가 원형을 해체해 크게 중수한 것이다. 정면 4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구조로, 좌우엔 마루와 온돌방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건물의 기둥 결구 방식이 독특하고,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배치가 아름답다. 이곳은 배움과 품격을 중시하던 조선 선비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백곡재
-후손이 세운 추모의 집

금시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백곡재(栢谷齋)는 조선 영조 때의 명망 높은 선비 이지운(李之運, 1681~1763)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다. 1860년, 6대손 이용구가 주관해 건립한 이 재사는 금시당과 구조는 비슷하지만 온돌방과 마루의 배치가 반대 방향으로 되어 있어 흥미롭다.
두 건물 모두 조선 후기 전통 건축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으며, 문중의 결속과 선대의 정신을 기리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남아 있다. 정제된 기와선과 나무기둥, 그리고 정원을 가득 메운 고요함이 세월의 품격을 말해준다.
440년 된 은행나무가 지키는 정원

남문 안쪽 정원에는 한 그루의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다. 금시당 이광진 선생이 직접 심었다 전해지며, 수령이 약 440년에 달한다. 이 나무는 지금도 매년 가을이면 노랗게 물들어 정자 앞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밀양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이곳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온 이 은행나무는, 금시당과 백곡재의 시간을 잇는 살아 있는 역사이자, 조선 선비의 정신을 조용히 지켜보는 증인이다. 세월이 흘러도, 진심이 남는 집이 있다.
밀양 관광지인 금시당과 백곡재는 바로 그 고요한 진심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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