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에서 가을 숲길을 묻는다면 대부분 삼나무숲이나 비자림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틈을 비집고 진짜 제주의 가을을 품은 길이 있다.천아숲길, 그리고 그 속을 굽이치며 흐르는 천아계곡이다. 돌과 바람이 만든 제주의 자연 속에서 가을은 이곳에서 가장 먼저 머무르고, 가장 천천히 흘러간다.
오름 세 개와 숲길 하나, 천아의 길

천아숲길은 돌오름에서 천아수원지까지 이어지는 10.9km의 구간이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돌오름, 노로오름, 천아오름이 차례로 나타난다. 하나의 길 안에서 오름 세 개를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숲길 초입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천아계곡이 반긴다.
바위 위로 붉은 잎이 흩날리고, 물소리 사이로 가을의 냄새가 묻어난다. 특히 11월 초순, 단풍이 절정에 이르면 계곡을 따라 난 오솔길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물든다.
가을이 가장 먼저 머무는 곳

제주 단풍 명소인 천아숲길의 단풍은 다른 곳보다 조금 일찍 든다. 해발이 높은 오름 주변부터 서서히 색이 번지며 천아계곡 아래쪽으로 내려올수록 붉은 기운이 짙어진다. 길은 완만하지만, 계곡을 직접 건너야 하는 구간이 있다. 그래서 비가 온 뒤 이틀 정도는 입산이 통제된다.
이 또한 ‘자연이 주는 쉼표’라 생각하고, 맑은 날을 골라 방문하길 추천한다.
작지만 진짜 숲길 여행
천아수원지에서 계곡 코앞까지는 차량 진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진입로 자체가 너무나 아름다워, 차를 두고 천천히 걸어가는 편이 훨씬 좋다. 천아수원지 입구에 주차한 뒤 걸어서 들어가면, 바람, 흙, 나뭇잎 냄새 등 자연의 선물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천아수원지부터 돌오름까지는 임도삼거리-노로오름-표고재배장을 거쳐 약 3시간 40분이 걸린다. 왕복 거리가 상당하므로 편도 여행자라면 버스 이용이 현명하다. 천아숲길은 관광지가 아닌, 제주의 일상에 가까운 숲이다. 그래서 길도 조금 투박하고, 발길도 많지 않다. 바로 그 점이 이곳의 매력이다.
코스가 길고 약간의 오르막이 있어 운동화보다는 등산화, 따뜻한 바람막이 정도는 챙겨야 한다. 그렇게 준비하고 나면, 길 위의 모든 풍경이 선물처럼 다가온다.
천아숲길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산 1
✔코스: 천아숲길입구(천아계곡)-임도삼거리-노로오름 삼거리-보림농장 삼거리
✔버스이용
1100도로 노선 (제주~중문) – 240번
– 제주시버스터미널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중문)에서 50~60분 간격 출발
– 한라산둘레길(천아숲길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승하차
– 영실입구 버스정류장에서 승하차(18임반 입구, 도보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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