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담양군 무정면 술지마을. 이곳엔 마을의 시간보다 오래된 존재가 서 있다. 수령 500년, 천연기념물 제482호로 지정된 ‘봉안리 은행나무’다. 나무는 마을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보통 당산목은 외곽에 세워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 은행나무는 집들과 골목 사이, 마을의 심장부에 뿌리를 내렸다. 500년 동안 태풍과 전쟁, 세월의 풍화를 견디며 마을 사람들과 함께 늙어온 셈이다.
마을의 수호신, 당산할머니

봉안리 사람들은 이 나무를 ‘당산할머니’라 부른다. 매년 정초에는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비는 당산제를 지내며 은행나무 아래에 제상을 차린다. 이때면 마을 어르신들의 입에서는 늘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면, 이 나무가 울었다 아이가.”
전해 내려오기로는 일제강점기, 광복, 한국전쟁 때 나무에서 마치 바람에 실린 듯한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도 나무 아래를 지날 때면 잠시 고개를 숙인다. 그건 신앙이라기보다, 오래 함께 살아온 존재에 대한 예의다.
8미터 둘레, 33미터의 위용

이 나무의 둘레는 8미터, 높이는 15~33미터로 담양 어느 산보다도 높게 솟아 있다. 거대한 가지는 철재 지주에 의해 받쳐져 있지만, 그 모습조차 장엄하다. 여름에는 그늘 아래 평상이 놓여 주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가을엔 떨어진 은행을 주워 마을 공동사업에 보탠다.
나무는 그렇게 오늘도 마을의 중심에서 삶과 계절을 함께 맞는다. 담양의 대나무도 좋지만, 가끔은 이러한 스토리가 있는 은행나무 명소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담양 봉안리 은행나무
주소: 전라남도 담양군 무정면 봉안리 술지마을
지정: 천연기념물 제482호 (2007년 8월 9일)
수령: 약 500년
규모: 높이 약 15~33m, 줄기 둘레 약 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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