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을 걷다 우연히 마을 한가운데서 거대한 나무 한 그루를 만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강원 영월군 영월읍 하송리 190-4번지 하송리마을의 중심에는 천 년 세월을 견뎌온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높이 23m, 둘레 14.5m의 위용만 봐도 시간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죠. 이 나무는 1,00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계절의 색을 갈아입으며, 마을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품어왔습니다.
누군가는 “영월 단풍 명소라 하면 산이나 강을 떠올리지만, 가을의 진짜 풍경은 여기 하송리마을 안에 있다”고 말합니다.
천 년을 버틴 생명, 하송리 은행나무의 전설

하송리 은행나무는 1962년 12월 7일, 천연기념물 제76호로 지정된 거목입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영월 엄씨의 시조 엄임의가 직접 심었다고 전해지는데요. 현재는 마을 한가운데 자리해 있지만, 예전에는 대정사라는 절 앞에 서 있었고, 그절이 사라진 뒤에도 그 자리에서 묵묵히 마을을 지켜온 수호신이라고 해요.
이 나무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많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 속에 신령스러운 뱀이 살고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인지 개나 닭, 개미조차 근처로 다가가지 않았다고 해요. 아이들이 나무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죠.
또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는 북쪽 가지가 부러지고, 8.15 광복 때는 동쪽 가지가 부러졌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 현상을 나라의 슬픔과 기쁨을 예언한 ‘기적’이라 불렀습니다.
단풍이 내려앉은 천년의 풍경

요즘처럼 날씨 좋은 가을이 오면 영월 하송리 은행나무는 거대한 황금빛 우산이 됩니다. 푸른 하늘 아래 빛나는 은행잎이 수만 장 겹치며 마을 전체를 따뜻한 색으로 감싸줍니다. 가로등, 인공조명도 필요 없습니다.
노을이 질 무렵 은행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만으로도 충분히 영월다운 풍경을 내비치니까요. 마을 주민들은 아이 손을 잡고 나와 벤치에 앉거나 노란 잎 위를 천천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관광객에게는 영월의 단풍 사진 명소지만, 주민들에게는 오랫동안 함께한 이웃 같은 존재로 다가옵니다.
마을의 중심에서 이어지는 시간

하송리 은행나무는 마을의 중심이자, 사람들의 기도와 희망이 모이는 자리였습니다. 예전에는 자식을 얻고자 부인들이 이 나무 아래에서 정성을 다해 치성을 드리곤 했다고 하죠.
지금도 이 나무는 여전히 마을의 정자목 역할을 합니다. 여름이면 그늘이 되어주고, 가을이면 빛을 내주며, 겨울에는 눈을 이고 묵묵히 다음 봄을 기다립니다.
그렇게 천 년 동안 이곳 사람들의 삶과 계절을 함께 살아왔습니다. 이 나무는 단지 오래된 생명이 아닌, 한 시대를 넘어선 하송리 마을의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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