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얗게 덮인 성벽 너머로 한강이 고요히 흐른다. 겨울이 오면 고양시 덕양산 자락의 행주산성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짙은 역사 위에 내리는 눈, 그리고 그 길을 천천히 걸을 때 느껴지는 묘한 정적. 따분한 ‘산책 코스’가 아니라, 한 걸음마다 역사가 밟히는 트레킹 코스다.
눈이 쌓인 날에는 성곽길이 은빛으로 반짝이고, 정상부에 서면 한강과 서울 전경이 설경 속에 그림처럼 펼쳐진다. 특히 정상의‘행주대첩비 앞에 서면, 과거와 현재가 한 프레임 안에 겹쳐진 듯한 감각을 준다.
덕양산 자락 행주산성

행주산성은 고양시 덕양구 행주동에 자리한 대표적인 산성으로, 덕양산 전체를 감싸듯 축성되어 있다. 면적은 약 35만 4천㎡, 둘레는 약 1km로 크지 않지만 산세가 완만해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2017년에는 성곽 일부가 새롭게 발견되었고, 2019년 조사 결과 정상부에 약 450m 길이의 석성이 존재했던 사실이 밝혀지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남아 있는 성벽은 동북쪽과 서남쪽 일부지만, 그 사이로 정자와 사당, 기념비 등이 어우러져 있어 걷는 내내 역사 산책로처럼 이어진다.
특히 산성 중턱의 덕양정에 오르면 시야가 한껏 트인다. 정자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면, 한강 위로 길게 뻗은 행주대교와 그 너머 서울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노을빛이 강물에 번져,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장관이다. 이 풍경 덕분에 덕양정은 행주산성 트레킹 코스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휴식 포인트로 꼽힌다.
“박정희 대통령 친필 행주대첩비?” 그 진짜 이야기

행주산성 정상에 오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높이 15m에 달하는 ‘행주대첩비’다. 이 비석은 1963년 지역 주민들이 처음 세웠고, 1970년에 새로 보수되었는데, 바로 이때 새겨진 ‘行州大捷碑’(행주대첩비) 네 글자가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이다.
그래서 이곳은 역사 애호가들뿐 아니라, “정말 박정희가 직접 쓴 글씨 맞나?” 하며 찾아오는 호기심 많은 관람객들로도 늘 붐빈다. 그 아래 보호각 안에는 또 다른 ‘행주대첩비(초건비)’가 자리한다. 이 비석은 1603년, 권율 장군의 부하 장수들이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산성 내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이자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74호로 지정되어 있다.
즉, 같은 이름의 비석이 두 개. 하나는 400년 전의 역사, 다른 하나는 현대사의 흔적을 품고 있는 셈이다. 이 둘을 마주하고 있으면, 마치 조선과 근현대가 한 산 위에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겨울 트레킹 명소로 손색없는 행주산성

행주산성의 또 다른 매력은 ‘접근성’이다. 고양시 중심에서도 가깝고, 한강변에서 이어지는 도보길로 연결돼 있어 도심 속 설경 트레킹을 즐기기 좋다. 성곽길을 따라 오르면 곳곳에 쉼터와 정자가 있어, 눈 오는 날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머물기도 좋다.
행주대교의 탁 트인 풍경은 물론 맑은 날에는 남산타워와 63빌딩, 노을공원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해질 무렵의 한강 설경은 행주산성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짧지만 알찬 코스, 그리고 역사와 풍경이 공존하는 그 길은 ‘겨울 트레킹 입문자에게 가장 완벽한 코스’라 불릴 만하다. 곧 다가올 겨울, 눈 내리는 날 행주산성 트레킹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행주산성
주소: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주내동 산26-1
추천 시기 : 12월~2월 눈 내린 후 맑은 날
코스 팁 : 주차장 → 행주산성 입구 → 대첩비 → 전망대 → 권율장군 동상 → 하산 (약 1시간 코스)
※주의 사항 : 겨울철엔 길이 미끄러우니 아이젠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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