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 ‘파인: 촌뜨기들’은 1977년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근면·성실 생계형 촌뜨기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로, 인기 웹툰 ‘미생’ ‘내부자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탄탄한 서사를 보여준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메가폰은 디즈니+ ‘카지노’, 영화 ‘범죄도시’ 등을 통해 박진감 넘치는 연출력을 보여주며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모두 사로잡은 강윤성 감독이 잡았다.
강윤성 감독의 손에서 재탄생한 ‘파인: 촌뜨기들’은 바닷속 보물찾기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커지는 보물찾기 판 위에서 펼쳐지는 예측 불가한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로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며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특히 얽히고설킨 캐릭터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갈등, 감췄던 속내가 차례로 드러나면서 점점 절정으로 치닫게 되는 독보적 스토리텔링이 몰입을 뗄 수 없게 했다는 평을 얻었고, 지난 13일 호평 속에 종영했다. 주연부터 조연, 단역까지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 앙상블도 호평 이유로 꼽힌다.

최근 강윤성 감독을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해당 기사에는 시리즈 결말에 대한 결정적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호평 속에 종영했다. 반응을 찾아봤나.
“어떤 의견이고 어떤 생각인지 볼 수 있는 창구가 많진 않아서 유튜브에 나와 있는 영상들도 보고 댓글도 찾아보고 그랬다. ‘카지노’에 비해 욕이 덜 나온 것 같다.(웃음) 캐릭터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특히 배우들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임수정(양정숙 역)과 복근 역할을 맡은 김진욱, 덕산 역할을 권동호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류승룡(오관석 역)이나 양세종(오희동 역) 이런 배우들은 워낙 이미 잘해왔기 때문에 신선한 이미지로 나온 배우들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원작보다 화려하고 감정이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전체적인 각색 방향은.
“원작 자체를 10여 년 전 연재됐을 때 너무 감명 깊게, 재밌게 봤다. 이 작품이 내게 들어왔을 때 이 좋은 작품을 훼손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컸다. 원작의 큰 줄거리는 그대로 가져가고 대신 원작에서 묘사하지 못했던 세부사항들과 인물의 관계를 충실하게 채워나가는 방향으로 대본 작업을 했다.
그러다 보니 뒷부분에 가서는 엔딩이 원작대로만 가기에는 인물들의 동선이나 생각이 맞지 않아서 뒷부분 엔딩은 바뀌게 되는 상황이 됐다. 좋은 원작을 가지고 작업하게 되면 원작 팬들에 대한 부담감이 분명히 있거든. 원작에 있던 대사들을 많이 차용했고 이야기를 블랙코미디 식으로 바꾸고 싶다는 연출적 방향이 있어서 사이사이 어떤 식으로든 재미를 주려고 노력했다.”
-가장 고민한 지점은.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많은 인물들의 생각과 욕심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관계를 1화부터 11화까지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시간이 좀 걸렸다. 대본을 1년 넘게 썼다. 너무 좋은 원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유기적으로 엮이면서 왜 이들이 있고 왜 배신하고 왜 또 같이 뭉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관계를 그리는 데 꽤 시간이 걸렸던 부분이었다.”

-결말도 달랐는데. 연출 의도는.
“물론 대본을 다 쓰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촬영에 들어가면서부터 인물들이 조금씩 성장을 하고 역할이 구체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결말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대본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마지막에 그들이 버리는 관계가 조금씩 조정이 되면서 지금의 결말이 나오게 됐다.
관석은 이야기의 확장성을 위해서라도 트럭 추락으로 죽이는 것보다 살리는 게 낫겠다 싶어서 촬영이 끝나고 편집 시작하다가 추가 촬영한 장면이다. 마지막 키처럼 관석이 살아 있는 모습을 만들게 됐다.”
-양정숙의 결말은 보여주지 않았는데.
“모든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든 엔딩을 맞이하는데 정확하게 다 어떻게 됐다고 묘사하고 싶진 않았다. 이 작품에서 엔딩을 보여주는 사람은 벌구(정윤호 분)와 전출(김성오 분)이 정도다. 나머지 인물들은 그들이 죽고 안 죽고가 그 당시 중요하지 않아서 열린 엔딩을 마무리 지었다.
중요한 것은 결국 모든 인물들이 탐욕으로 멸망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멸망의 끝이 결국 죽음이라고 갈 필요는 없었다. ‘결국은 욕망을 좇다 파국을 맞이한다’로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
-등장하는 캐릭터가 많았다. 어떻게 균형을 맞추고자 했나.
“캐릭터들의 향연이라고 할 정도로 캐릭터가 살아 있어야만 재밌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 인물들이 보여야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진행했다.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관석·희동·정숙 위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그 인물이 다 보인다고 하더라도 극이 흘러가는 데 있어 복잡하거나 난해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결국 주인공인 관석과 희동이 극을 굉장히 잘 이끌어줬다. 많은 인물들 속에서도 굉장히 눈에 띄게 극을 끌고 가는 주인공이었다고 생각한다.”
-원작자 윤태호 작가와 나눈 이야기가 있나.
“윤태호 작가님과는 한두 번 정도 미팅을 했고 시리즈화하는 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논의를 하진 않았다. 윤태호 작가님이 전적으로 맡겨줬다.
작가님도 다 편집된 최종 단계에서 작품을 봤다. 재밌게 봤다고 했다.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본인이 생각했던 양정숙의 이미지와 임수정이 한 양정숙은 완전히 다른데, 임수정이 묘사한 양정숙 캐릭터가 훨씬 더 좋다고 했다. 원작에서는 이름 없는 존재로 나오고 굉장히 표독하고 돈만 추구하는 사모였는데 임수정이 묘사한 인물은 사람을 홀릴 수 있는 기교도 있고 더 입체적이었다고 그게 더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임수정은 기존 이미지와 거리가 먼 역할이었다. 캐스팅 이유는. 배우의 해석으로 더 확장된 지점도 있나.
“임수정은 이런 캐릭터를 해본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어서 하면 굉장히 놀라울 거라고 생각했고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서 잘 해낼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다. 초반 1, 2회차에는 임수정 특유의 착하고 귀여운 느낌이 있었는데 점점 갈수록 양정숙화되고 흑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금고 안에서 춤추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어떤 디렉션을 줬나.
“춤을 췄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임수정이 약간 머쓱해하더라. 내가 직접 보여주기엔 그래서 연출부 보고 춤추는 걸 찍으라고 해서 영상을 보여줬다.
양정숙이 흑화되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에 꼭 필요했던 부분이다.
악녀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숨겨진 야망이 보이고 이 사람의 본성이 보이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서 춤은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복근 역의 김진욱, 덕산 역의 권동호는 익숙하지 않은 배우였다. 어떻게 캐스팅했나.
“김진욱은 연극 연출자로서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친구인데 ‘범죄도시’를 같이 했던 허동원이 오디션을 보고 있는 시점에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김진욱이 대학로에서 연기로 되게 유명한 친구고 연기를 되게 잘한다고 꼭 오디션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김진욱에게 연락해서 복근 캐릭터 오디션을 보고 있는데 영상 하나만 찍어서 보내 달라고 했다. 복근 대사를 보냈고 영상을 찍어서 보냈는데 그게 바로 지금 있는 스타일대로 연기한 거였다. 어눌하게. 그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바로 캐스팅하게 됐다.
덕산은 벌구 대본을 가지고 오디션을 보러왔다. 전라도 사투리를 열심히 연습해서 오디션을 봤는데 연기가 너무 좋더라. 하지만 이미 벌구는 정윤호가 하기로 정리가 된 상황이라 덕산이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경상도 사투리 할 줄 아냐고 했더니 할 줄 모르는데 해보겠다고 하더라.
오디션 보던 방 바로 옆에 내 방이 있었는데 대본 줄 테니까 거기서 한 시간 정도 연습하고 오라고 했고 다른 분들 오디션 보고 있다가 다시 왔는데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그렇게 캐스팅하게 됐다.”
-배우들을 향한 호평이 유독 많은 시리즈였다. 감독만의 디렉션 방향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대본이나 시나리오에 있는 캐릭터에 맞게 배우를 끌어들이진 않는다. 배우가 하는 걸 보고 그것에 맞게 내가 이야기를 바꾼다. 캐릭터도 바꿔버린다. 배우가 뚱뚱하면 뚱뚱한 캐릭터로 바꾼다. 내가 생각했던 캐릭터에 이 사람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썼던 글을 이 배우가 정확하게 하길 원하지도 않고, 그 배우의 멋으로 가길 바란다. 내가 만든 캐릭터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역할도 진짜 같아 보이고 연기를 잘해 보이는 건 배우가 자기 언어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많은 배우들이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를 흉내 내려고 하면 어설프고 어색할 수밖에 없다.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줘서 배우들이 잘하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배우 친화적으로 연출을 하는 감독이다.”

-수중 촬영도 많았는데 중점 둔 부분은.
“서해라는 걸 명확하게 묘사하기 위해 사전 준비를 많이 했다. 잠수부가 들어갔을 때 진짜인 것처럼 믿어야 한다. 초반에는 바다에 리얼리티가 중요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촬영 방식이나 이런 것들을 고민했는데, 결국 안전이나 여러 촬영 여건상 스튜디오 세트, 수조에서 찍는 게 맞다고 결정했다.
안에 있는 바다의 분위기는 많은 해조류, 물고기는 서해와 어울리지 않았고 갯벌이 중요했다. 당시 나왔던 자료를 보면 시야가 보이지 않았다고 했고 대사에도 ‘하나도 안 보여’라는 말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 시대 공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프로덕션도 굉장히 공을 들인 느낌이었다.
“전적으로 미술감독에게 의존했다. 여태껏 작업하면서 스태프에게 존경한다는 말이 나온 게 이번이었다. 그만큼 치열하고 세밀하게 잘 묘사했다.
사전에 논의하면서 70년대 무엇이 대표적일까 했을 때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빽빽한 밀도, 당시에는 사람이 사는 공간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장소, 서울역이나 명동이나 인사동 같은 데는 사람들이 항상 빽빽했다. 그런 밀도가 중요했다.
두 번째는 원색 사용이 많았다는 거다. 색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 빨강·노랑·녹색 원색 사용이 많았고 그런 원색 배치를 해보자는 것이 미술감독님의 생각이었다.”

-두 번째 시리즈 연출이었다. 영화 연출 계획은.
“‘카지노’를 하면서 시간적 제약이 있었다. 언제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제약도 있었고 코로나19 상황, 해외 촬영,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어서 굉장히 벅차게 작업을 한 부분이 있었다. 대본도 다 써야 하고. 게다가 해외에 있다 보니까 바뀌는 상황도 너무 많았고 심지어 촬영 장소 잡은 데도 오전에 찍고 있는데 저녁에 바뀌기도 하고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호흡의 이야기를 하고 나니 긴 이야기에 대한 매력을 많이 느꼈다. ‘파인’ 할 때는 ‘카지노’ 하면서 겪은 경험치들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녹여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제작진도 ‘카지노’ 팀 그대로 했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고 효율적으로 작업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긴 이야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의 매력은 분명히 있는데 영화에 대한 갈망은 지금도 있고 최근에 영화를 하나 찍었다. ‘중간계’라고. SF물인데 이번 영화는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화다. 친정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시즌2가 나온다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까.
“‘파인’을 하면서 가장 크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거다. 그 시대가 사실 우리 부모님이 살아온 시대고 그들이 어떤 의미로 어떤 일을 하는지 그런 것들을 담아내고 싶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관석이다. 사람을 때리고 도둑질을 하지만 집에 전화해서 시험 몇 점 맞았냐고 물어보고 집 와서 불고기 같이 먹는 모습들. 그게 그때를 살아온 선배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파인’이 시리즈로 연결돼서 다음 화가 나온다면 어떤 식의 이야기가 벌어지겠지만 그 이야기의 근간에는 그 시대를 살아온 우리 선배들이나 배경이 되는 지역의 색깔이 묻어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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