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주로까지 나간 김정은, ‘왕대접’ 연출
푸틴은 2024년 6월 19일 새벽, 전용기(일류신 Il-96)를 타고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김정은은 공항 활주로까지 직접 나와 붉은 환영 현수막 아래에서 푸틴을 기다렸고, 두 사람은 포옹을 나눈 뒤 함께 차량에 탑승해 금수산 영빈관으로 이동했다. 활주로 영접은 북한이 극히 제한된 대상에게만 허용하는 최고 수준 의전으로, 김정은이 푸틴을 ‘특별한 동맹자’로 대우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한 장면이었다. 평양 시내 곳곳에는 러시아 국기와 푸틴 대형 초상화가 걸렸고, 거리 전면에 환영 슬로건이 도배됐다.

김일성광장 레드카펫·군악대·아이들 풍선까지 총동원
공식 환영식은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 두 정상은 레드카펫이 깔린 광장에 나란히 입장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두 나라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군악대·의장대·마칭부대의 사열을 받았다. 광장 주변에는 수만 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양국 국기를 흔들고, 풍선과 꽃다발을 들고 “푸틴 동지를 환영합니다”라고 외치는 모습이 북한·러시아 관영매체 영상을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됐다. BBC 등 외신은 “북한이 외국 정상에게 보여준 환영식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공을 들인 행사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오픈카 퍼레이드로 과시한 ‘전략적 밀착’
환영식 이후 두 정상은 오픈톱 리무진(러시아제 아우루스 세나트)을 타고 평양 중심가를 함께 행진했다. 김정은과 푸틴이 나란히 서서 시민들의 환호에 손을 흔드는 장면은, “국제사회 비판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가 공개적으로 밀착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각인시키는 연출이었다. 이후 김일성광장에서의 군사 퍼레이드·대규모 공연·환영 연회까지 이어지면서, 하루 종일 평양은 사실상 ‘푸틴 맞이 축제도시’로 변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으로 동맹 격상
형식 못지않게 내용도 파격적이었다. 두 정상은 회담 직후 ‘조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North Korean–Russian Treaty on 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에 서명했다. 이 조약은 1961년 소련‑북한 우호·상호원조조약, 2000·2001년 양국 협정들을 대체하는 새로운 기본 문서로, 일방이 공격을 받을 경우 상호 지원·협력하는 안보 조항까지 포함해 사실상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된 것으로 평가된다. 양국은 무역·투자·과학기술·농업·에너지·안보 등 전 영역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일방적 제재에 반대하며 ‘공정한 다극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정치적 문구를 함께 담았다.

무기·위성·에너지 거래까지 염두에 둔 ‘호형호제’
조약과 정상회담의 배경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제재, 북한의 군사·경제 고립이라는 공통의 현실이 있다. 서방 정보당국과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미사일·탄약 등을 공급받는 대가로, 위성·미사일 기술, 에너지·식량 지원, 외화 수입 기회 등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실제로 푸틴은 회담에서 북한의 군사위성 발사를 도우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김정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폭 지지하며 “제국주의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동지”라고 부르며 ‘불같은 우정(fiery friendship)’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해관계의 반영이라는 평가다.

국제사회에 던진 메시지와 향후 파장
이번 평양 환영식은 북한 내부용 선전일 뿐 아니라, 미국·한국·일본·EU를 향한 직접적인 시위이기도 했다. 러시아는 한국·일본이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 제재에 동참할 경우, 북한 카드를 활용해 동북아 안보 환경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고, 북한은 유엔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라는 ‘빽’을 등에 업고 군사·외교 공간을 넓힐 수 있음을 과시했다. 서방에선 이번 조약이 한·미·일 안보 협력과 미·나토의 대러 억제 구도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고, 대북 제재 이행과 대러 추가 제재, 미사일·위성 기술 이전 감시 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푸틴에게 바친 ‘역대급 환영식’은 두 나라가 앞으로 더 호형호제하며 기존 국제질서에 함께 맞서겠다는 선언이자, 동북아와 유럽 안보 지형을 동시에 흔드는 강력한 상징적 퍼포먼스였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