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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사이 청년 21만 명 떠났다며” 일자리 없어서 다 탈출 한다는 ‘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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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새 청년이 빠져나간 도시

부산은 지난 30년 동안 약 60만 명의 인구를 잃었고, 특히 15~29세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며 ‘청년 없는 항구도시’로 변하고 있다. 1995년 3.88백만 명이던 인구는 2023년 3.3백만 명, 2024년에는 325만 명 안팎까지 떨어졌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대학 진학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 20대였다. 한국고용정보원과 지방 통계에 따르면 부산에서만 1995~2023년 사이 순유출 60만 명 중 상당 부분이 청년층으로, 특·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 위험 도시’ 평가를 받는 배경이 됐다.


청년 이탈이 남긴 경제의 빈자리

청년 인구 감소는 곧바로 지역 경제의 활력 저하로 이어졌다. 부산의 전체 고용률은 통계상 나쁘지 않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청년층 실질 선택지는 더 좁아졌다는 지적이 많다. 전국 오피스 공실률이 8%대에서 관리되는 것과 달리, 부산은 도심 상업·업무 공간의 공실이 두 자릿수에 이르며, 자영업 폐업과 상권 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학가·주거 밀집지의 소규모 상권이 붕괴된 반면, 기존 대형 쇼핑몰과 일부 인기 해변 상권을 제외하면 도시 전반의 소비 기반이 약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피난민의 도시가 만든 ‘원도심 생명력’

이와 대조적으로, 부산 원도심인 중구·동구 일대는 여전히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몇 안 되는 예외 지역이다.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피난민들이 국제시장 일대를 중심으로 삶의 터전을 꾸렸고, 여기서 형성된 상점·포장마차·골목길은 오늘날까지도 독특한 생활문화와 상업 패턴을 유지해 왔다. 자갈치시장은 부산 어업과 해산물 유통의 심장부로, 보수동 책방골목은 피난민이 가져온 책과 학생·교수 수요가 만나 형성된 헌책 골목이 도시의 상징적 문화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은 ‘최신 트렌드’ 대신 전후 생존 경험과 지역 정체성이 응축된 장소라는 점에서, 프랜차이즈 위주의 신도시 상권과 확연히 다르다.


프랜차이즈보다 노포와 틈새 상권이 버틴 이유

부산 원도심 상권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이유는 대형 자본과 체인점이 아니라, 소규모 노포·틈새 전문점·골목 단위 상점들이 상권의 뼈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시장 골목에는 여전히 특정 부품·공구·수입품 등 온라인에서 찾기 힘든 물건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남아 있고, 자갈치 일대는 수산물 즉석 식당·경매·가공업이 한데 얽혀 살아 있는 산업 현장을 이룬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헌책·예술 서적·독립 출판물 등 틈새 취향을 겨냥한 젊은 점포들이 일부 들어오며, ‘낮은 임대료+높은 개성’이 결합된 실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처럼 대체 불가능한 상품·서비스와 상대적으로 낮은 초기 비용 구조가, 청년 유출·소비 위축 속에서도 원도심이 버티는 힘이 되고 있다.


부산시의 대응과 여전히 남은 과제

부산시는 급속한 인구 감소와 상권 붕괴를 막기 위해 전통시장·구도심 상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에는 전통시장·상점가 31곳에 인프라 개선·문화관광형 시장 조성 등을 위해 134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중구·동구를 포함한 일부 구도심에 자율상권구역을 지정해 환경 정비·브랜딩·상품 개발을 집중 지원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인구 60만 명 감소, 합계출산율 0.66, 고령 인구 비율 22% 이상이라는 구조적 조건을 고려할 때, 원도심 관광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만으로 청년 유출과 소멸 위험을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제2의 수도’에서 ‘소멸 위험 도시’로, 그리고 그 이후

부산 원도심은 지금 부산 전체가 직면한 딜레마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도시 전체는 청년이 떠나며 “살기 힘든 곳”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지만, 국제시장·자갈치·보수동 골목은 여전히 부산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체험하려는 여행자들로 붐비고 있다. 피난과 산업화의 기억, 바다와 항구가 만든 삶의 방식, 그리고 헌책과 노포가 지키는 골목 경제는, 대규모 개발과 재개발 논리로는 대체할 수 없는 부산만의 자산이다. 청년 10만 명이 떠난 도시가 앞으로 10년 뒤 어떤 모습이 될지는, 이 원도심의 생명력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새로운 도시 전략의 모델’로 확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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