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지니아급 경험 인력 채용, 핵잠 건조 대비 중”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 톰 앤더슨 사장은 필라델피아 조선소 미디어 행사에서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한 경험이 있는 인력을 채용 중이며, 이 조선소를 핵잠 건조에 대비한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은 두 가지를 전제로 한다. 첫째, 설계는 이미 검증된 버지니아급 설계를 기반으로 하고, 둘째, 미 해군이 수십 년간 축적한 핵잠 운용·원자로·안전 규정을 유지한 상태에서, 한화가 생산능력·공급망을 추가로 얹어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새 설계’가 아니라 “검증된 설계+새로운 생산 거점”이라는 조합이 강조된다.

트럼프의 ‘황금 함대’ 구상과 MASGA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황금 선단(Golden Fleet)’이라는 이름으로 미 해군의 대규모 증강 계획을 발표하며,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 원대)를 투자하기로 한 한국 기업 ‘한화’를 직접 거론했다. 이는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MASGA(Make American Shipyards Great Again)’의 상징적 사례로, 미국이 설계·운영·핵 기술 통제를 쥐고, 한국 조선업을 생산·공급망 측에서 깊게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한마디로 “원자로·설계는 미국, 대량 건조는 미국+한국”이라는 역할 분담을 전제로, 필라델피아를 핵잠 생산 허브 중 하나로 키우겠다는 메시지다.

왜 필라델피아인가: 미국 핵잠 생산 병목과 지리적 이점
현재 미국은 버지니아급 공격형 잠수함을 2050년대 중반까지 66척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실제 건조 속도는 연 1.2척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AUKUS 약속에 따라 호주에 3~5척을 제공해야 하고, 현존 핵잠의 3분의 1가량이 정비·대기 상태인 상황에서 2030년대 전력 공백 우려가 커졌다. 기존 건조 조선소인 HII 뉴포트뉴스(버지니아), 일렉트릭 보트(코네티컷 그로턴)는 이미 풀가동 상태에 가까워, 추가 생산능력 확보가 필요하다.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이들 핵잠 건조·정비 기지와 같은 동부 해안 벨트에 있어 모듈 운송·현장 협업·원자로 규제기관과의 연계에 유리하고, 군용·상선 겸용(dual-use) 조선소로 업그레이드하기 좋은 입지로 평가된다.

“미 핵잠은 필리, 한국 핵잠은 거제”
알렉스 웡 한화 CSO는 같은 자리에서 “필라델피아에서는 미 해군용 핵추진잠수함을, 한국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에서는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한다는 구도가 분명하다”고 정리했다. 한국은 디젤·AIP 잠수함을 건조해 온 거제 조선소의 경험을 기반으로, 정부 결정에 따라 핵추진 플랫폼으로 확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핵심은 미국이 버지니아급 설계·원자로 기술을 중심으로 산업 기반을 강화하면서, 동맹국(한국·호주 등)은 건조·지원·공급망 역할로 들어오는 구조다. 한국 입장에서는 필라델피아에서 미 핵잠 건조에 참여하며 설계·시험·정비 전 과정을 몸으로 겪을 수 있고, 그 노하우가 장차 한국형 핵잠 설계·건조에 직간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린다.

AUKUS·인도·태평양 전략 속 한화 필리조선소의 위치
AUKUS 출범 이후 미국·영국·호주는 핵추진잠수함 설계·건조·운용 기술을 공유하는 새 체계를 만들고 있다. 트럼프 2기 체제에서 이 라인이 재확인·강화되면서, 미국은 버지니아급 설계를 공동기반으로 삼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이 ‘버지니아급 산업 생태계’를 미국 본토 밖으로 확장하는 첫 시험대로, 한화는 상선·군함을 모두 다룰 수 있는 듀얼 유즈 조선소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핵잠 증산 병목을 해소하고, 동맹국 산업을 자기 생태계로 끌어들일 수 있는 수단이고, 한국 입장에서는 핵잠 기술·공급망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확보하는 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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